강호철 스포츠부 차장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 29일 드디어 첫 삽을 떴다. 2011년 유치 확정 후 3년이 넘어서야 올림픽을 치를 신설 경기장 6곳이 모두 착공하게 된 것이다. 한시름 놓은 듯 보이지만 주위에서 들려오는 얘기들이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불신의 골이 여전히 깊다.

일차적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 유치 후 3년간 방치하다시피 하다가 예산 과다 지출과 사후 활용 방안 미흡 등을 이유로 착공 시점을 눈앞에 두고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충분한 설득과 이해를 구하지 않다 보니 강원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반발만 샀다. "하나둘 다 줄이면 대회 후 강원도에 남는 게 무엇이 있는가." "적자가 나서 망해도 좋으니 우리도 근사한 경기장 하나 가져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강원도의 이런 정서는 즉흥적인 것이 아니다. 그동안 각종 정책 사업에서 느꼈던 피해 의식과 소외감, 배신감이 쌓이고 쌓여 폭발한 것이다. 이런 반대 물결에는 현지 여야 정치인, 지역 언론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가 감정적 시각으로만 바라보면서 정부의 얘기에 눈과 귀를 닫고 무조건 반대하려 드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동안 정부가 주장한 개·폐회식장과 빙상 경기장 등 올림픽 시설의 비용 절감 대책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녔다. 해외 사례를 볼 때 천문학적인 돈을 경기장에 쏟아붓고 사후 활용법을 찾지 못해 흉물·애물이 된 경우가 수없이 많다. 개·폐회식장의 강릉 이전과 평창 동계선수촌 건설 방안 등은 올림픽을 효율적으로 치르고 강원도 재정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후 활용안이 될 수 있었지만 지역의 정치 논리에 밀려 논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얼마 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은 앞으로 10년 동안 한 해에 1700억~2000억원씩 지방채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한다. 문학경기장을 고쳐 쓰라는 정부의 권고를 듣지 않고 4672억원을 들여 지은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에 발목을 잡힌 결과다. 내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치를 광주도 열악한 재정 여건 때문에 예산을 대폭 줄였고, 대회 개최를 위해 1358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한다. 강원도도 내년에 1000억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게 결국 누구의 부담으로 돌아갈지는 자명하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선 중앙정부와 강원도가 힘을 합쳐야 한다. 중앙정부는 불신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소통해야 한다. 비용 절감에만 주력하다 유치 때 내건 공약의 근간을 뒤흔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강원도도 정부를 믿고 스스로 해야 할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강원도는 풍부한 천혜 자연에 비해 숙박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열악하다. 지역 내 서비스 품질이나 외국어 능력도 걱정스럽다. 강원도가 2018년 동계올림픽을 치르고 후대에 남겨야 할 유산은 겉만 근사한 빚더미 경기장이 아니라 전 세계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국제화된 평창과 강원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