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MBC 대학가요제 출전 당시 모습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 무한궤도라는 팀으로 출전, ‘그대에게’란 곡으로 대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당시 마지막 참가 팀이었고 무대도 메인이 아닌 객석에 따로 마련된 보조 무대에서 경연을 펼쳤다. 뽀얗고 아담한 체구의 청년이 목젖 터져라 불렀던 ‘그대에게’는 밴드 음악이라곤 거의 접해본 적 없었던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필자에게도 얼마나 강렬했던지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하다.

기세를 몰아 무한궤도 1집을 발표하였지만 명문대 수재 출신이었던 멤버들이 제 갈 길을 가는 사이 팀은 해체되었고 신해철은 솔로 앨범을 발표하였다. 무한궤도의 멤버였던 정석원과 조형곤·조현찬은 정석원의 친형 장호일을 영입해 팀을 만들었으니 바로 015B였다.

90년에 발표한 신해철 솔로 1집은, 그래도 당시에는 곱상했던 귀공자 풍의 이미지 덕을 보며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가 크게 히트했고 나름 10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현재의 모습으로는 상상할 수 없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솔로 시절, 그의 이미지는 '곱상한 대학생 오빠'였다.

이어 ‘안녕’이라는 곡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바로 다음 해 2집을 발표, ‘재즈카페’가 또다시 히트하며 인기가수로서 가요계에서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해철 솔로는 여기까지였다. 서태지의 등장으로 대중이 정신 팔려있는 사이 ‘도시인’이라는 해괴한 음악을 갖고 밴드 N.EX.T를 결성해 돌아온 것이다. 이후에 팬들은 모범생 신해철을 만날 수 없게 되었고 반항기 가득한 밴드의 리더로서 그를 마주해야 했다. 그래도 N.EX.T 1집은 성공했다. ‘도시인’과 ‘인형의 기사’가 잇달아 사랑을 받았고 90년대 초 번성했던 한국 가요계에서 나름의 역할을 크게 해냈다.

넥스트 1집 시절. 멤버는 신해철(보컬), 정기송(기타), 이동규(드럼)으로 이뤄졌다.

군 입대와 대마초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며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신해철은 멤버의 교체·탈퇴 등 복잡한 일들을 거치고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이라는 긴 타이틀의 2집을 발표했다. 그간의 고초 때문이었는지 2집의 메시지는 무거웠고 사운드는 묵직했다. 락 사운드에 한층 천착했고 멤버(신해철, 김세황, 김영석, 이수용)가 안정화되었던 시기였는지라 넥스트로서의 활동이 가장 왕성했다. 그리고 3집 ‘The Return of N.EX.T Part 2 : World’를 내놓으며 넥스트의 음악적 성과는 절정에 달했다.

이 시기에 ‘날아라 병아리’의 얄리가 세상에 알려졌고 ‘The Dreamer’, ‘The Ocean:불멸에 관하여’, 그리고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Money’, ‘Hope’ 등 걸작이 쏟아졌다.

넥스트 안정화 시기의 멤버들. 신해철·김세황·김영석·이수용. 이들이 넥스트 원년 멤버로 종종 오해받기도 한다.

[① 신해철과 함께 90년대가 간다 : 황망히 떠난 음악인 신해철이 팬에게 남긴 유언]

[③ 신해철과 함께 90년대가 간다 : 끝내 버리지 못하는 이름 '넥스트', 그리고 마왕의 탄생]

[④ 신해철과 함께 90년대가 간다 : 행복 찾아 두리번거리는 90년대 키드들이 한 시대와 작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