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그때만큼 순수하고 미숙해질 순 없어요. 그런 음악을 만들 수 있다 해도 당신은 그 음악과 함께 했던 당신의 그 시절 그 모습이 그리운 것뿐이에요. 내가 당신 인생의 일부, 특정한 시간을 함께 했음을 기억해줘서 고마워요. 2010.6.29"

4년여 전 신해철이 트위터에 올렸던 글이다. 그가 어째서 이런 글을 올렸는지 뒷이야기는 자세히 모르겠다. 그런데 언젠가 신해철이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자기가 음악을 이렇게 오래하고 발표한 음악들도 정말 많은데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결국 듣고 싶어하는 곡은 데뷔곡인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라고. 당시 신해철은 이에 대해 꽤 섭섭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아마 4년 전의 트위터 글도 이러한 섭섭함에서 나온 작은 투정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죽음을 마주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흔적을 좇아 그가 생전에 썼던 가사, 글, 했던 말 그리고 미리 써두었다는 유언장 등을 되새긴다. 하지만 4년 전 썼던 저 글이야말로 음악인 신해철이 팬에게 전하는 진짜 유언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가고 음악이 남았다. 아니, 90년대에 라디오와 워크맨과 CDP를 끼고 살았던 30·40대에게는, 사람이 가고 90년대가 가고 옛날 음악이 남았다. 신해철의 죽음이 유독 허망하고 비통한 것은 한 시대가 저무는 느낌이 이번에는 꽤 실감나게 뒤통수를 후려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가 음악인이어서. 앞으로 신해철이 만들 음악이 훨씬 더 많았을 테지만 남겨놓은 음악도 적지 않으니 하나하나 추억을 짚어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가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 시간이 26년이다. 신해철의 음악들을 쭉 훑어보는 것으로 그에 대한 추모를 대신하고자 한다.

[② 신해철과 함께 90년대가 간다 : 뽀얀 대학생 오빠에서 반항기 넘치는 락밴드 리더로]

[③ 신해철과 함께 90년대가 간다 : 끝내 버리지 못하는 이름 '넥스트', 그리고 마왕의 탄생]

[④ 신해철과 함께 90년대가 간다 : 행복 찾아 두리번거리는 90년대 키드들이 한 시대와 작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