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스타 신수지(23)가 프로 볼링에 도전한다고 하기에 그냥 취미 수준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녀가 내민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왼손 엄지보다 훨씬 굵었다.

"하루에 600~700번 공을 굴리는 날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오른손 엄지 마디가 이렇게 굵어졌어요. 손이 예쁘다는 얘길 듣는 편인데 이젠 어딜 가서 내놓기가 좀 그래요. 호호."

최근 서울 강동구의 한 볼링장에서 만난 신수지는 프로 볼러로 변신 중이었다. 전국체전 5연패(2006~ 2010), 세계 최초의 9연속 '백 일루전(한쪽 다리를 축으로 나머지 다리를 수직 회전하는 동작)' 성공 등 그녀는 손연재(20·연세대) 등장 이전까지 한국 리듬체조의 얼굴이었다. 이제는 400g짜리 리듬체조용 공을 던지는 대신 그보다 16배나 무거운 6.4㎏(14파운드) 볼링공을 굴린다.

신수지가 24일 서울 강동구 스핀볼링장에서 스트로크를 하고 있다. 리듬체조 스타였던 그녀는 다음 달 열리는 프로 볼링 테스트에 도전장을 던졌다.

눈앞의 목표는 다음 달 열리는 프로 테스트 통과다. 1~2일 열리는 1차 테스트에서 24게임을 치러 애버리지 180점 이상이 되어야 2차 테스트에 응할 수 있다. 2차 테스트(8~9일)에선 다시 24게임을 쳐서 애버리지 190점 이상이 되면 프로 선수로서 자격을 얻는다. "평소에 180점 이상은 곧잘 나오는 편인데 실전은 또 다르니까요.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이 악물고 훈련 중입니다."

그녀는 어떻게 볼링에 빠져들었을까. 2011년 10월 신수지는 전국체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양쪽 발목이 두 번씩 부러지는 등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선수 생활이 더는 어려웠다. 그의 나이 스무 살 때였다.

"1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는데 은퇴하고 나니 너무 많은 시간이 저에게 주어지더라고요. 야구·승마·수영 등 닥치는 대로 운동을 했지만 마음속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그녀는 지인들과 찾은 볼링장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부상 위험 때문에 선수 시절엔 볼링은 생각도 못 해봤어요. 근데 핀이 쓰러지는 그 경쾌한 소리를 듣자마자 마음을 빼앗긴 거죠."

신수지의 두 손. 맹훈련 탓에 공을 굴리는 오른쪽 엄지가 왼손에 비해 훨씬 굵어졌다.

신수지는 올해 1월부터 프로 테스트를 목표로 하루에 3~4시간씩 볼링에 매달렸다. 골반이 틀어지고, 오른손 약지 인대가 끊어질 만큼 독하게 훈련하는 과정에서도 그녀는 행복했다고 한다. "리듬체조를 하는 내내 공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긴장 속에 살았어요. 근데 볼링은 공을 떨어뜨리는 걸로 시작하는 운동이잖아요. 그것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렸어요. 스트라이크의 쾌감도 짜릿하지만 전 까다로운 스플릿(핀 사이가 멀어 스페어 처리가 어려운 상태)을 처리했을 때가 가장 신나요."

신수지는 최근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전 누가 뭐래도 스포츠 선수입니다. 궁극적인 인생 목표도 좋은 리듬체조 지도자가 되는 거죠."

리듬체조를 떠나 살 수 없는 그녀이지만 아직은 지도자가 되기엔 인생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당분간은 제가 하고 싶은 걸 좀 해보려고 해요. 지금은 볼링이 1순위입니다. 볼링을 한 올해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 해였어요."

훈련을 위해 신수지가 다시 공을 잡았다. 167㎝의 늘씬한 몸에서 나오는 시원한 스트로크에 볼링장 사람들의 시선은 저절로 그녀를 향했다. 남자 친구가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볼링 하느라 연애할 시간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