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자, 그래서 '마왕(魔王)'이라고 불렸던 젊은 뮤지션이 우리 곁을 떠났다. 싱어송라이터 신해철(46·사진)이 27일 오후 8시 19분 복막염과 패혈증에 따른 뇌손상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숨졌다.

신해철은 지난 22일 한 병원에서 장 협착 수술을 받던 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었다. 당시 신해철은 의식이 없었고 복막염과 패혈증세가 함께 나타나 위독했다. 이후 5일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이날 끝내 숨졌다.

신해철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엘리트 뮤지션' 시대를 사실상 처음 연 사람이었다. 서강대 철학과 재학 중이던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무한궤도'로 참가한 노래 '그대에게'로 대상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린 뒤, 1990년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가 담긴 음반을 내며 프로 뮤지션으로 정식 데뷔했다. 1991년 2집에 실린 '재즈 카페'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는 당시 데뷔했던 신승훈, 이듬해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90년대 아이콘으로 한국 대중문화를 굴리는 큰 바퀴들 중 하나였다.

1990년대 말부터 실험적 음악으로 돌아선 그는 '크롬' '비트겐슈타인' 같은 프로젝트 음반을 내놓았고, 밴드 '넥스트'를 결성해 강렬한 록 음악에 특유의 독설을 가사로 풀어넣었다. 심야 라디오에서 인디 뮤지션들을 발굴해 소개했고, TV에도 활발히 출연하며 정치든 음악이든 모든 기성 체제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2004년 문화부 장관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때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장관 나부랭이나 하려고 음악을 해온 줄 아느냐"고 퍼렇게 대꾸했다. 음악인과 팬들 모두 그에게 환호했다.

그는 지난 7월 새 미니 앨범을 내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우리말의 특질을 살리면서 서양음악에 맞추는 음악을 선보일 것"이라 했었다. 곧 다시 만나자던 그는 느닷없는 부음(訃音)의 주인공이 됐다. 평소 그를 매우 아꼈던 뮤지션 한대수씨는 "한국 로큰롤의 대변인이자 큰 별을 잃었다. 너무 슬프고 고독하다"고 했다. 유족은 부인 윤원희씨와 1남 1녀. 발인 30일 오전. (02)3010-2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