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춘천마라톤 결승선. 한 사내가 레이스를 마치자 동료 11명이 그를 얼싸안고 뛰었다. 이들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마라톤 동아리 '로마'의 회원들. 스물넷부터 스물아홉 살의 남학생 6명, 여학생 6명이었다. 혼자 풀코스(42.195㎞)를 완주한 김연수(29)씨를 먼저 10㎞를 뛴 동료들이 맞이한 것이다. 김씨까지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나자 12명의 목에서 메달이 반짝였다.
'로스쿨 마라톤'의 줄임말인 로마는 작년 3월 신입생이었던 김연수씨가 만들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김씨가 함께 운동할 재학생들을 모집했다. 지난해 30여명의 회원이 모였고 올해는 67명으로 늘어났다. 이번 춘천마라톤은 지난해 가을 '서울 국제 10K 스프린트 대회'에 이어 두 번째 단체참가다. 그들은 '춘마'를 위해 전날인 토요일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춘천행 기차를 탔다. 두 차례 풀코스를 뛰었던 경험이 있는 김씨만 42.195㎞, 나머지 11명의 '초보 마라토너'들은 10㎞ 코스를 택했다. 이날 10㎞를 완주한 오선명(27)씨는 "처음엔 동아리 활동이 공부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제는 마라톤이 수험생활의 활력이 됐다"고 했다. 로마 회원들에게 '불금(불타는 금요일)'은 학교 운동장 트랙을 불이 나게 달리며 훈련하는 날이다.
지난해 서울 10K 스프린트 대회 때 무릎 부상으로 3㎞ 지점에서 포기했던 김동희(26)씨도 이날 10㎞를 완주했다. 김씨는 "지난해 완주하는 친구들이 눈물을 흘리며 뿌듯해하는 것을 보고 올해 재도전을 결심했다"고 했다. 김연수씨는 "운동신경이 참 없는 편이라 다른 운동을 하면 항상 뒤처지곤 했는데 마라톤은 훈련하고 인내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며 "이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권민지(25)씨는 "마라톤처럼 하루하루 꿈을 향해 뛰다 보면 법조인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