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치고 세러모니 하고 싶었는데 정신이 없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NC 다이노스에 승리를 안기는 결승 솔로포를 때려낸 이호준(38)이 "정말 넘어갈 줄 몰랐다. 펜스를 맞히겠다고 생각하고 정신없이 뛰다가 생각해놓은 세러모니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호준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2로 팽팽히 맞선 6회초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려내는 등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 NC의 4-3 승리에 앞장섰다. 이호준은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지난 22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던 이호준은 이날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코리 리오단의 시속 143㎞짜리 초구 직구를 주저없이 노려쳐 우중간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앞서 이호준은 1회 NC가 선취점을 낸 뒤 이어간 2사 2루의 찬스 때 타석에 들어서 좌측선상을 타고 흐르는 적시 2루타를 때려냈다.
이호준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LG 포수 (최)경철이의 볼배합이 맞아 떨어지더라. 마지막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기는 했지만 모두 노렸던 공이 들어왔다"며 "1회 친 선상 2루타는 올 시즌 처음인 것 같다.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홈런 상황에 대해 이호준은 "세러모니도 생각해놨는데 정신이 없었다. 홈런을 치고 햄스트링이 올라오기는 처음"이라며 "펜스에 맞히는 타구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으로 뛰다가 넘어가길래 멈췄더니 허벅지가 찌릿하더라. 그래서 생각해놓은 세러모니를 하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생각해 놓은 세러모니가 무엇이냐'는 말이 이호준은 "그냥 평범한 것이다. 두 팔을 번쩍 드는 것 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최경철이 한 것 아니냐'는 말에 이호준은 "최경철은 파울인지 아닌지 보느라고 그런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SK 와이번스에서 뛰던 시절인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2패 뒤 4연승을 해 우승을 차지한 경험을 해 본 이호준은 "그 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첫 승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후 운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오늘 9회 김진성이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 순간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이호준은 "벤치에서 손에 땀이 나더라. 미소를 짓고 있는데 두근두근했다. 첫 승이 아니라 대단한 뭔가를 한 기분이 들더라. 움직여야 안정이 되서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며 껄껄 웄었다.
이날 LG 팬들의 응원은 압도적이었다. 소수인 NC 팬들은 눈에 띄지도 않았다. LG 팬들은 1루와 외야 뿐 아니라 3루측 내야석도 점령했다.
이호준은 "깜짝 놀랐다. 최경철이 이런 대우를 받고 타석에 서다니"라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더니 "하도 소리가 커서 3루측을 올려다봤다. 우리 팀이 잘 안 보이더라. 치어리더 4명만 보이더라. 힘든 속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흐뭇해했다.
이어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우리 팬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며 경기력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호준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전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했다. 낮경기는 원정팀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낮경기는 원정팀이 좋다"고 말한 이호준은 "잠을 한 시간 더 잘 수 있지 않나. 그래서 1차전에 LG가 유리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LG의 4차전 선발인 류제국에 대해서도 이호준은 "1차전에서 공을 봐서 익숙해졌다. 1차전에서 그렇게 위력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류제국이 다시 나오면 잘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진지하게 경기하자고 당부했다는 이호준은 "4차전에서도 오늘같은 기분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호준은 "긴장되면서도 억지로 웃고 그러면서 분위기가 어디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웃음을 자제하고 진지하게 하자고 했다. 내일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며 "야구는 이겨야 즐거운 것이다. 지면 즐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장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집중하는 것이다. 내일도 선수들에게 진지하게 하자고 이야기하고 싶다"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