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국회의사당에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한 테러범 제하프 비보를 30여분 만에 사살, 대형 참사를 막은 국회 경위 케빈 비커스(58)가 '구국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CBC 등 현지 언론들은 이날 40년 가까이 기능직 공무원으로 재직한 비커스가 침착하고도 책임 있는 대응을 했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제하프 비보가 국립전쟁기념관에서 군인 1명에게 총격을 가하고 의회로 도주한 시각, 총성을 들은 국회 보안·경비 총책임자인 비커스 경위는 방탄복에 권총을 들고 사무실에서 뛰쳐나갔다. 비커스는 의회 본관 중앙복도에서 총을 들고 난입한 범인을 발견했다. 불과 20여m 떨어진 회의실에선 당시 스티븐 하퍼 총리가 여당인 보수당 의원 30여명과 반(反)테러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하퍼 총리는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아 긴급히 의사당을 빠져나갔고, 의원들은 회의실 출입문 안쪽에 무거운 가죽 의자를 겹겹이 쌓아놓은 채 떨고 있었다.

지난달 22일 캐나다를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옆에서 방명록 서명을 안내하고 있는 케빈 비커스(맨 왼쪽) 국회 경위. 뒤에는 스티브 하퍼 캐나다 총리.

이어 비커스와 투입된 경찰·경비요원들이 30분간 총격전을 벌였고, "비커스의 총탄에 테러범이 사살됐다"고 현장을 숨어서 지켜본 일부 의원이 트위터 등에 올렸다. 비커스는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다고 한다. 피터 매케이 법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그(비커스)가 진정한 영웅"이라고 썼고, 크레이그 스콧 의원은 "의원들과 의사당 직원들은 비커스에게 목숨을 빚졌다"고 했다.

비커스는 20세 때 왕립기마경찰대(RCMP)에서 말단공무원으로 공직(公職)을 시작, 29년간 근무한 뒤 2005년 의회로 옮겨 이듬해 국회의사당 보안 총책임자에 임명됐다. 이 자리는 1867년부터 150여년간 단 10명만 거쳐 갔을 정도로 안전·보안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국회·정부 고위직이나 해외 정상 방문 시에는 의전(儀典)을 담당하는데, 지난달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캐나다 국회를 방문했을 때 비커스가 직접 방명록 서명을 안내하기도 했다.

비커스의 동생 존 비커스는 CBC 인터뷰에서 "형이 이렇게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다"며 "그는 언제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고 말했다. 비커스의 아들도 뉴브런즈윅주(州) 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