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감독은 우리 영화계의 보석 같은 존재다. 그의 유쾌함과 재기발랄함, 그리고 특유의 감성은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간첩 리철진'(1999) '킬러들의 수다'(2001) '아는 여자'(2004) '박수칠 때 떠나라'(2005) '거룩한 계보'(2006)로 이어지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장진식 스토리' '장진식 유머'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어디 영화뿐인가. 연극과 TV, 뮤지컬을 아우르는 그의 재능은 분명 흔치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장진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는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냉정하게 말해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 '퀴즈왕'(2010) '하이힐'(2014)로 이어지는 최근 그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여전히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관객은 심드렁해 보인다. 특유의 유머에 반응하는 이들은 점점 줄고 있다. 그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조금 쉬어가고 싶은 것일까. 장진의 영화라고 하기에는 평범한 영화 한 편을 내놨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다.
상연(조진웅), 하연(김성균) 형제는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어린 시절 보육원에 맡겨진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30년만에 만난 형제의 삶은 달라져 있다. 상연은 목사가 됐고 하연은 무당이 됐다. 다시 찾은 어머니 승자(김영애)는 치매에 걸렸다. 상연과 하연이 방송국에서 다시 만난 날 승자가 사라진다. 형제는 재회하자마자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다. 웃음 폭탄을 떨어뜨리는 건 아니지만 소소한 재미로 입가에 웃음이 번지게 한다. 각각 목사와 무당이 된 형제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러닝타임 내내 유머의 중심축을 이루며 관객을 웃긴다. 영화는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을 취한다. 형제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면서 만나는 특이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로 상연과 하연의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한 유머를 더한다. 충청도에서 만난 소매치기 형제와의 에피소드는 이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한위, 김민교, 김원해 등 카메오들도 뛰어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야기 전체의 진부함을 부분적이고 단발적인 웃음으로 만회하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형제입니다'에는 매력이 없다. 장진은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애초에 관객은 그에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장진 특유의 '무언가'를 기대한다. 야망이 없는 장진은 관객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영화는 관객을 웃기기 위한 장치들을 쉬지 않고 삽입하지만 시종일관 밋밋하게 느껴지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장진의 인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시종일관 매우 안전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로드무비와 버디무비를 섞은 영화는 만남, 오해, 갈등, 화해, 감동이라는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이어붙였다. 극의 전개 방식 자체가 상투적인 것과 함께 기승전결이 작위적이어서 감동이 적다. 상연의 과거가 드러나는 장면이나 승자가 찾아가려던 장소가 밝혀지는 순간은 관객의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들 수 있는 신이지만, 이런 이유로 울림이 크지 않다.
출연 배우는 모두 좋은 연기를 한다. 하지만 조진웅과 김성균은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던 전작에서와는 달리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연기력에 이견을 달기 힘든 두 배우이지만 역할 자체가 뭔가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영화의 방향 자체가 그랬다.
우디 앨런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장진에게 우디 앨런의 모습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장진은 아직 젊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장진의 차기작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