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남성복 디렉터로 일하는 브루스 파스크(Pask·47·사진)는 패션 디자이너도, 모델 출신도 아니다. 그렇지만 전 세계 멋쟁이들 사이 그는 '옷을 가장 잘입는 남자'다. 파스크의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는 그의 패션을 따라 해 보려는 각국 젊은이들로 빼곡하다. 20년간 뉴욕타임스의 스타일면과 남성 잡지 GQ 등에서 패션 에디터와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했다. 17일 개막한 2015 봄·여름 서울패션위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났다.

―옷 못입는 남성에게 하고 싶은 충고는?

"아내, 여자 친구가 골라 주는 옷을 군말없이 입지 마라. 일단, '혼자' 매장에 들어가라! 그리고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차근차근 들여다봐라! 한번에 눈이 가는 옷도 있고, 마음에는 드는데 그 옷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옷도 있다. 고민하지 말고 입어봐라. 처음엔 어색한 옷도 자꾸 입어보면 희한하게 나와 어울리는 때가 있다."

―어떻게 입어야 멋스러운가?

"멋쟁이가 되고 싶다고 가죽 구두에 색깔 있는 셔츠, 무늬 요란한 타이를 메면 당신은 패션 테러리스트가 된다. 딱 한군데만 포인트를 줘라. 셔츠 대신 목을 부드럽게 감싸는 얇은 터틀넥 스웨터를 입거나 타이 대신 길이가 짧은 스카프를 슬쩍 둘러본다. 올가을엔 스니커즈(굽 없는 운동화)를 추천한다. 정장과 살짝 어긋나는 아이템을 하나만 바꿔주는 것. 남과 다른 매력이 거기에 있다."

―본인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을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

"사이즈, 재질, 색상만 기억하라. 같은 옷이라도 자기 사이즈보다 큰 사이즈, 작은 사이즈 다 입어봐야 한다. 가격과 상관없이 몸을 감싸는 느낌을 주는 옷이 최고다. 자기한테 어울리는 색깔이 뭔지 모르면 소매나 팔 부분을 자기 얼굴에 바싹 갖다 대고 거울을 봐라. 얼굴을 환하게 밝혀주는 색이 맞는 색, 얼굴을 칙칙하게 만드는 색은 버려라."

몸에 꼭 맞는 밤색 정장을 입고 나온 파스크는 첫눈에 멋쟁이란 느낌을 주는 '패셔니스타'는 아니었다. 기업인, 혹은 점잖은 대학교수 분위기를 풍겼다.

―패션 피플답지 않게 기본에 충실한 옷차림이다.

"결국 '심플'로 돌아간다."

―패션이란 무엇인가.

"첫인상. 패션위크를 여는 도시에 사는 우리는 행복하다. 단 5분만 투자하면 TV, 인터넷,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떤 패션쇼든 볼 수 있으니 '패션 민주주의'가 따로 없다."

―패션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호기심! 나는 세계 어딜 가든 내 발이 닿는 가게는 모두 들어간다. 어젯밤 서울 와서도 갤러리 에비뉴엘부터 멀티 브랜드숍까지 돌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