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가 김선형(51·사진)은 2006년 사찰 숲에서 날아오르는 파랑새를 봤다. 푸드득, 오르던 푸른 잔영이 마음에 박혔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에 놓인 색, 색이 닿지 못하는 색 너머에 있는 공간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작가는 푸른색 그림만 그린다. '프러시안 블루'에서 '울트라마린'까지 수십 가지 푸른색으로 작업한다. 수성 안료인 석채와 아크릴로 붓질한 한지나 면 위에 물을 뿌려 시간의 흐름을 만나게 하는 작업이다.

그의 개인전 '청화오곡(靑華五曲)'이 서울 역삼동 KDB대우증권 WMC역삼역 아트스페이스에서 11월 26일까지 열린다. 화면 가득 진동하는 푸른 기운에 눈이 시리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담은 작품들이다. 작가는 마음의 정원을 화폭에 옮겼다고 했다. 채도 높은 푸른색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딘가에 앉아 있는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새벽 안개 뒤덮인 숲 속 그림에도, 만개한 꽃 그림 위에도 파랑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그는 "어딘가로 날아가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그림 속 새가 자연 속에서도 자유를 만끽하지 못하는 우리 모습과 닮지 않았느냐"고 했다.

김선형,‘ Garden Blue’. 131×167cm

푸른 물감과 종이와 물이 만나 번져간 흔적이 맑고 멋스럽다. 조선 도공이 빚어낸 청화(靑華) 도자를 보는 듯한 느낌.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그의 그림을 이렇게 평했다. "조선 문인의 소박하고 담백하며 격이 있던 미감을 추구하는 그는 문인적 모습을 동경하며 긋고 찍고 툭툭 던지듯이 그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 청화, 푸른빛에 물들다'전에도 그의 대형 그림 두 점이 걸렸다. (02)5 68-0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