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실 국가안전보장국의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장이 21일부터 이틀간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책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야치 국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 1월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모델로 만든 일본판 NSC의 책임자다. 그는 '아베식(式) 외교'의 설계자로 평가된다. 야치 국장은 줄곧 한국 방문을 희망해왔으나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베 내각은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꾸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고, 이런 내용을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안에도 담을 계획이다. 야치 국장은 이 작업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정부는 야치 국장에게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리가 왜 우려하는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일본의 구체적 계획에 대해 들어볼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집권 이후 22개월 동안 줄기차게 한·일 정상회담을 요청해왔다. 지난달 19일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오는 11월 10~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아베의 외교 문제 책사로 꼽히는 야치 국장의 방한 역시 베이징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년 가까이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거론한 직후에는 항상 우리 정부가 이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일을 벌이곤 했다. 아베 총리는 친서를 보낸 지 얼마 안 돼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에 대해 "근거 없는 중상(中傷)"이라고 했고, 일본 정부와 집권당이 총출동해 '일본의 명예 회복을 위해 국제 홍보전에 나서겠다'고 했다.
일본은 다음 달 베이징 APEC 때 시진핑 중국 주석과 조우(遭遇)하는 형식의 중·일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한다. 일본은 현재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이런 이벤트성 정상회담을 여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야치 국장이 이런 수준에서 한·일 정상회담, 더 나아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획하고 있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은 한·일 정상회담 같은 외교 행사보다 내년이면 국교(國交) 정상화 50년을 맞는 한·일 관계의 미래에 관한 실질적 비전과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야치 국장은 이에 대한 답을 갖고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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