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 유가족들이 장례를 조용히 치르고 보상 논의도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유가족들은 18일 오후 성남 분당구청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및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한재창(42) 유가족협의체 간사는 "유가족들이 사고가 외신에 보도되는 등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것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장례는 일정대로 치르고 보상 논의도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 사건·사고 때마다 세워지곤 했던 합동분향소도 차리지 않기로 했다. 한 간사는 합동분향소 설치에 대해 "대다수 유가족이 반대했다"며 "더 이상 국가적 이슈를 만들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자는 데 유가족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가족들은 개별적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다. 19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사망자 가운데 첫 번째로 홍모(29)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윤모(35)씨 등 사망자 9명의 유가족도 20~21일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나머지 유가족들은 사고대책본부와의 협의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발인 일정을 잡지 않았다.
빈소에서도 유가족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19일 사망자 12명의 시신이 안치된 분당제생병원·성남중앙병원·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유가족들이 조용히 조문객들을 맞았다. 낮게 흐느끼거나 말없이 눈물짓는 사람만 있었을 뿐, 억울함을 토로하거나 통곡하는 유가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오후 행사 주관사인 이데일리의 곽재선 회장이 성남중앙병원을 방문해 조문했을 때에도 곽 회장에게 항의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사람은 없었다. 사망자 이인영씨의 누나는 "사람이 죽었는데 잘잘못을 따져서 뭐 하겠느냐"며 "그저 동생의 죽음이 허망하고 동생이 남기고 간 두 딸이 걱정될 뿐"이라고 했다.
유가족들은 행사 주최 여부를 둘러싼 경기도·성남시와 이데일리 사이의 '주최 명의 도용' 공방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한 간사는 "일부 유가족 사이에서 (책임 공방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말하긴 이르다"며 "의견을 모으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