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재(37)는 입 대신 손과 발로 말한다.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을 앓으면서 생긴 뇌성마비의 후유증 때문에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손도 심하게 뒤틀려 펜을 잡고 글자를 쓰려면 힘이 든다.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자판을 눌러 메신저를 하거나, 발로 글을 적어 대화한다.
전민재는 성인이 다 되어서야 세상으로 나왔다. 장애를 안고 나서 15년 가까이 전북 진안군 진안읍 반월리의 집에 틀어박혀 살았다. 동네 교회에 가는 게 외출의 전부이다시피 했다.
전민재는 열아홉 살에 기숙사가 딸린 전주의 한 특수초등학교에 들어갔다. 마을 교회 목사의 도움을 받았다. 중·고교도 전주에 있는 재활학교에서 마쳤다. 발가락에 붓을 끼워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웠다.
튼튼한 다리는 전민재에게 새로운 인생도 열어줬다. 중학교 2학년 과정을 다니던 2003년 체육교사의 제안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육상에 입문한 그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00m·200m·400m를 석권했다.
전민재는 국제무대에서도 발전을 거듭했다. 2010 광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 패럴림픽 뇌성마비 부문 100m·200m 은메달을 땄고, 작년 7월 장애인 육상 세계선수권에선 200m 금메달과 100m 은메달을 걸었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전민재는 19일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200m에서 31초59로 우승했다. 2위인 일본의 가토 유키(34초56)를 3초 가까이 앞섰다.
'스무 살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어두운 마음으로 청소년기를 보냈던 전민재는 달리기를 하면서부터 언제나 웃는 얼굴로 산다. 편지를 쓰거나 팬에게 사인을 해줄 땐 종종 스마일 표시를 넣는다. 19일 우승하고 나서 취재진에게 공개한 소감문 말미엔 '못생긴 전민재 선수가~ ㅋㅋㅋ'라고 적었다. 전민재는 "저를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의 사랑을 채찍 삼아 더욱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대회 첫 금메달은 사이클 남자 개인전 B(시각장애) 추발(4㎞)의 김종규(30)가 차지했다. 시각장애인인 김종규는 비장애인 파트너와 2인용 사이클(탠덤)로 호흡을 맞춘다. 앞자리엔 방향을 조종하는 '파일럿' 전대홍(38)이, 뒷자리엔 김종규가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