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국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 2014'가 16일로 사흘 일정을 마쳤다. 올해 주제는 '사회적 기업을 통한 사회 변화'였다. 대회장인 월주 스님, 그리고 피터 홀브룩 세계조직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회장 월주 스님]

고용 늘리고 서로 행복도 찾는 길… 2000개만 되면 실업 해결 큰 도움
앞선 외국 배우려 아시아國 첫 유치

"출가자는 '마음밭을 간다'고 하지만 실제 노동은 거의 하질 않습니다. 진짜 노동은 신성하고, 행복의 근원이며, 나아가 보살행(菩薩行)이란 생각을 합니다. 이윤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면서 이런 행복, 신성함, 보살행을 실천하는 길을 제시하는 게 사회적 기업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전통 품앗이, 두레 정신과도 상통하지요."

월주(月珠) 스님은 사회적 기업의 역할과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원로 스님과 사회적 기업은 낯선 조합처럼 보인다. 하지만 IMF 당시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와 함께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를 세웠던 스님은 이 기구가 '함께일하는재단'으로 바뀐 후 8년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여러 사회적 기업에 나눠주고 육성하는 재단이다. 스님은 "지금 우리나라엔 사회적 기업이 1020개쯤 된다"며 "이제 태동기에서 발전기로 넘어가는 단계인데, 건강한 사회적 기업이 2000개만 되면 실업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로 7회째인 이 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월주 스님은 서울로 유치한 데 대해 "영국·독일·캐나다 등 우리보다 앞서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고 성공한 나라들의 좋은 경험을 배우자는 취지"라고 했다.

월주 스님이 복지 등 사회문제에 관심 갖게 된 것은 1980년 미국·일본·동남아·인도를 여행했을 때라고 한다. "각국의 종교가 양로원·유치원 같은 복지시설을 갖추고 삶의 질을 높이려고 애쓰는데 우린 수행만 이야기해 반성했습니다. 그 이후 삶의 질을 높일 일이라면 다 승낙하고 돕고 있습니다."

[조직위원장 피터 홀브룩]

영국에선 직업 훈련까지 시켜줘… 내 지갑과 속옷도 사회적기업 제품
한국은 성장기… 앞으로 크게 늘 것

피터 홀브룩(Holbrook) 영국사회적기업협회장 겸 사회적기업월드포럼 세계조직위원장은 사회적 기업이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함을 강조했다. 영국사회적기업협회는 200만개에 이르는 사회적 기업을 조직하고 연결해준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은 일자리만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이력서 쓰고 면접하는 법, 그리고 직업훈련까지 시켜줍니다. 한국에서도 일자리 문제를 푸는 데 사회적 기업이 중요 해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처럼 수익 활동을 벌이는 점에선 같지만, 취약층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삶의 질도 높이는 '사회적 활동'을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잡지 '빅 이슈'가 노숙자들에게 판매권을 주어 자활을 돕는 식이다.

"프랑스에선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통한 사회적 경제의 규모가 2008 ~2009년 3%가량 성장했고, 6만명 넘는 고용창출 효과를 냈어요. 넓은 의미의 사회적 기업인 협동조합의 대표적 성공 사례인 스페인 몬드라곤 지역에선 협동조합 종사자만 7만5000명에 달합니다. 영국에서도 신생 기업 5곳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기업일 정도죠. 제 와이셔츠 손목의 장식 버튼과 뒷주머니에 있는 지갑도 장애인과 실업자를 고용한 사회적 기업이 만들었어요. 속옷도 마찬가진데 보여 드리긴 좀 곤란하고…."

그는 한국에도 여러 사회적 기업이 있지만,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이 당면한 보육 문제, 여성 일자리 문제도 사회적 기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요.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이제 막 성장기에 들어왔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