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게 2007년이다.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된 건 2009년 11월이었다. 기존의 피처폰 시장에서 '텐밀리언폰'(1000만대 이상 판매)을 잇따라 내놓으며 승승장구했던 삼성전자가 '아이폰 충격'과 맞닥뜨린 게 그때였다. 삼성전자는 전사(全社)의 핵심 역량을 모두 스마트폰에 쏟아부었다. 그렇게 해서 2010년 6월 내놓은 것이 '갤럭시S'였다. 이후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으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애플과 경쟁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작년 3분기엔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절정에 올랐다. 하지만 달콤함을 맛본 건 잠시였다. 마치 가파른 미끄럼틀에 올라탄 듯 10조원에서 7조원으로, 올 3분기엔 다시 4조원까지 영업이익이 급락했다.
'아이폰 쇼크'에서 '실적 쇼크'까지 불과 5년 사이에 2개의 쇼크를 겪은 삼성전자의 모습은 우리 산업계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우리의 성장과 성공 방정식이 한계에 달했고 시효(時效)가 다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후발 산업국이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앞서 산업화를 이룬 국가와 기업을 따라 했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내기보다는 남이 창조한 것을 따라서 더 효율적으로 값싸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조선과 철강·반도체·TV·디스플레이·스마트폰에서 우리보다 앞에 있던 선진 기업을 따라잡았고, 결국엔 1등으로 올라섰다.
이 패러다임이 이제 끝나고 있다. '남이 창조한 것을 따라서, 값싸게, 잘 만드는 것'의 효용은 기술 변화의 사이클이 짧은 IT산업에서는 채 5년이 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실적 쇼크는 창조하지 못하는 기업에 닥치는 필연을 보여준다. 창사 이래 최대 적자에 허덕이는 현대중공업, 수년째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포스코 등 간판급 기업들이 최근 들어 맥을 못 추는 것도 효용의 시간이 더 길었을 뿐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 한계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창조할 수 있는 혁신의 DNA를 우리 기업에 심어야 한다. 외부에서 이식이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5000만의 한국 인구에서 인재를 찾는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인구 70억에서 인재를 구하고 있다. 구글은 수석부사장급 이상 임원 13명 중 6명이 외국 출신이다. 하지만 삼성·현대차·LG는 해외법인장조차 99%가 한국인이다. 중국 기업도 우리보다는 심하지 않다. 한국법인장들만 봐도 한국인이거나 조선족 출신이 압도적이다.
해당 기업에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사람들만 평가를 올릴 수 있는 '글라스도어'라는 미국의 기업 평가 사이트를 보면 외국 직원들이 한국 기업을 어떻게 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일과 생활의 균형? 최악이다" "어떤 성과를 내느냐보다 얼마나 (늦게까지) 일하는지가 중요하다" "명령에 따라 일한다. 원한다면 군대에 합류하라"는 평이 주류다. 실제로 우리 주변엔 새벽 출근과 주말 근무를 '아름다운 전통'인 양 여기는 대기업을 흔하게 본다.
이런 기업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외국 인재들이 뛰어들어 능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다른 국적과 인종·문화권의 인재를 포용하지 못하는 조직 문화를 고집하면 우리 기업은 위기 돌파가 아니라 고립된 섬에 서 있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