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가 가톨릭이 죄악시해 온 동성애·동거·이혼에 대해 유연하고 포용적인 입장을 밝혀 세계 가톨릭 교단 안팎에 큰 충격을 던졌다. 주교대의원회의는 13일 발표한 중간 보고서에서 "동성애자도 기독교 공동체에 기여할 은혜와 재능을 갖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을 환영하는, 집 같은 교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동거에도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까다로운 교회 이혼(離婚)을 간소화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가톨릭의 새로운 입장은 주교 대표들이 오는 18일 최종 보고서를 확정한 뒤 내년 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를 거쳐 교황이 최종 결정하게 된다.

그간 동성애에 관한 가톨릭 입장은 워낙 굳건했다. 전임 베네딕토 16세만 해도 "동성 간 행위는 자연 도덕률에 반한다"고 못 박았다. 그런 만큼 한국 가톨릭 교단도 이번 회의의 최대 논쟁거리가 재혼 신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쯤일 것으로 내다봤다가 놀랐다고 한다.

동성 결혼을 법으로 허용한 나라는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14개국에 이른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30개 주가 합법화했다. 주교대의원회의 보고서는 세속(世俗)의 흐름을 더 이상 외면만 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후 일관되게 추구해 온 '인간적 가톨릭'도 주교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그간 금기(禁忌)로 여겨 왔던 문제들을 꺼내놓고 고민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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