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카리브해 섬나라인 아이티의 세습 독재자였던 장 클로드 뒤발리에(63·사진) 전 대통령이 4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는 19세이던 1971년 종신 대통령인 아버지 프랑수아 뒤발리에(1957~1971년 집권)가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하면서 후계자로 지명됐다. 이후 15년간 집권하며 반정부 인사 납치와 고문, 살인을 저지르다 1986년 민중 봉기로 권좌에서 축출돼 프랑스로 망명했다. 국제 인권 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뒤발리에 부자(父子)의 집권 기간 중 아이티에서 3만명의 정치범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재임 기간 해외 원조 자금을 빼돌려 부정 축재를 하고 스위스은행 비밀 계좌에 거액을 은닉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결혼식 때는 프랑스에서 고가(高價)의 의류를 들여오고 미용사도 데려왔다. 당시 돈으로 300만달러를 결혼식에 쏟아부어 기네스북에 최고 호화 결혼식으로 등재됐다. 프랑스 망명 당시 미국이 제공한 화물기는 고가 미술품과 각종 보석류, 루이뷔통 핸드백으로 가득 찼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했다.

미국은 공산 쿠바를 견제하기 위해 뒤발리에 부자의 독재 정권을 측면 지원했다. 뒤발리에가 실각하자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미국 내 아이티 난민의 반발을 우려해 미국 망명을 허가하지 않고 프랑스행을 알선했다. 프랑스는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그의 체류를 허용했다.

그는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난 다음 해인 2011년 1월 "아이티 재건을 돕고 싶다"며 전격 귀국했고, 집권 기간 저지른 반인권 범죄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 왔다. 휴먼라이츠워치는 그의 사망 관련 성명에서 "재판을 질질 끌어온 아이티 사법부의 무능 때문에 독재자를 생전에 처벌할 기회를 놓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