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4일 전격 방문 후 돌아갔다. 남북 양측은 이날 고위급 회담을 갖고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2차 남북고위급접촉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오찬 회담에서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남측이 원하는 시기에 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2차 접촉에서는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며, 시기와 장소는 추후 협의할 예정이다.
북한 내 권력 서열 2·3·4위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의 방문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황병서 인민군 총 정치국장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측근이며, 권력 2인자로 평가 받고 있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황병서에게 총 정치국장 자리를 내 주고 2인자에서 내려왔지만, 지난달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임명되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우리나라의 통일부 장관 격으로, 북한에서 대담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북한 대표단은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이날 오전 9시 평양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를 거쳐 오전 10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표단은 인천 송도 오크우드 호텔에서 오전 11시 20분부터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어 오후 1시 50분부터 3시 40분까지 인천시청 인근 식당 ‘영빈관’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정부 최고위 관계자들과 오찬 회담을 가졌다. 식사 과정에서 대화 분위기는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한 대표단은 오후 3시 50분쯤부터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을 방문해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고 6시쯤 폐회식이 열리는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이동했다. 폐회식에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와 환담을 나눴다.
정 총리는 “이번에 남북이 거둔 수확이 남북 교류·협력에도 이어져서 봇물 터지는 성과가 나길 바란다”고 말했고, 황 국장은 “(남측이) 우리를 잘 돌봐주고 환영해주고 해서 좋은 성적이 났다”고 화답했다. 북한 대표단은 폐회식이 끝난 이후에 정 총리와 다시 면담을 가진 후 오후 10시쯤 항공편으로 북한으로 돌아갔다.
관심을 모았던 박근혜 대통령과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만날 용의가 있었지만, 북측이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왔기 때문에 시간 사정상 청와대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대표단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는 가져오지 않았지만, 남측에 대한 메시지를 가져왔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는 밝혔다. 한편 김 제1비서의 건강에 대해서는 문제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북한 대표단의 방문으로 ‘통일 대박론’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자 북한은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거칠게 비난했다. 하지만 파격적으로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이 방문해 이런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방문이 북한이 외교적인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이벤트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