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집(詩集)박물관이 만해문학박물관 옆에 들어서는 오늘은 설악산이 한층 높아지는 날입니다."
우리 문단의 원로인 이근배 시조시인이 감격해 말했다. 3일 오후 2시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한국시집박물관이 개관했다. 근·현대기에 발간된 시집을 체계적으로 전시·교육하기 위해 세워진 시집박물관 개관식에는 원로시인 오세영·신달자·감태준씨를 포함한 문학계 인사 150여명과 인제군 관계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총사업비 55억원이 투입된 시집박물관은 만해마을 인근 9459㎡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된 한국시집박물관에는 국내외 시인과 소장가들이 기증한 시집 1만여권이 소장됐다. 이 중에는 1926년 발간된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초판본이 포함돼 있다. '님의 침묵'은 만해가 서울에서의 활동을 접고 인제에 있는 백담사로 내려와 창작에 몰두하던 1925년 8월 29일 밤 최종 탈고한 것으로 시집 말미에 밝혀져 있다.
한국시집박물관 권태훈 학예사는 "개인 소장자로부터 기증받은 초판본은 개·보수 과정을 거치며 표지가 바뀌기는 했지만 안쪽에 인쇄된 출간연도 '1926년' 등 나머지는 초판본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시집박물관에는 님의 침묵과 같은 해 발간된 육당 최남선의 국내 최초 개인 창조시조집 '백팔번뇌'와 1923년 간행된 김억의 한국 최초 근대시집 '해파리의 노래' 등 여러 초판본이 소장됐다. 이 밖에도 1935·1946년 발간된 정지용 시집, 1939년 발간된 김립(金笠·김삿갓) 시집 등 1950년대 이전에 간행된 희귀 시집 100여권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