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에서 촬영할 땐 영하 39도까지 기온이 떨어져서, 등짐 지듯 등에다 핫팩을 잔뜩 붙이고 찍었어요. 그러고도 등에 동상이 걸려 감독님이 부르실 때마다 로봇처럼 뒤뚱뒤뚱 걸어갔던 것도 기억나네요."

올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황금시대'에서 근대 중국 여류작가 샤오홍(蕭紅·1911 ~1942) 역을 맡은 배우 탕웨이(湯唯·35)가 3일 부산 해운대구 월석 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지난 7월 김태용 감독과 결혼한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그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촬영이었다"며 "좋은 감독을 만나 좋은 작품을 하고, 좋은 남편과 살고 있는 지금이 내 황금시대인 것 같다"고 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출품 영화 ‘황금시대’의 주인공 탕웨이가 3일 부산 해운대 월석아트홀에서 열린 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황금시대'는 '심플 라이프'(2011)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홍콩의 거장이며 2일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허안화(許鞍華·67) 감독의 작품. 영화는 공산주의 운동과 항일전쟁, 국공합작 등 격변이 몰아치던 근대 중국에서 이념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고난받는 여성과 농민의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냈던 천재 작가 샤오홍의 평탄치 않았던 사랑과 죽음을 그린다.

탕웨이는 "작가 샤오홍의 어린 시절과 많은 공통점이 있어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샤오홍이 할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듣고 방에 들어가다 아버지의 발길질에 차이는 부분이 나와요. 나도 어렸을 때 매일 나무에 올라가다 다치고, 부모님께 혼나던 장난꾸러기였거든요. 엄격한 아버지보다 할아버지에게서 사랑과 애정을 배웠던 샤오홍처럼 저도 할아버지로부터 문학과 그림을 배웠지요." 영화에서 샤오홍과 동료 작가들의 사랑은 순탄치 않고, 전란에 쫓겨 피란길에서 맞게 되는 죽음은 비극적이다. 그녀는 "샤오홍은 봉건적 시대, 농촌 출신 여성으로서 자신의 사랑에 충실했다. 나는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나 그런 굴곡을 겪지 않아도 됐던 것이 다행스러웠다"고도 했다.

영화에서 허안화 감독은 작가 샤오홍의 주변 인물들이 관객의 눈을 바라보며 말하는 '재연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탕웨이와 함께 기자들을 만난 허 감독은 "관객들이 여러 다른 시각에서 샤오홍이라는 인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려 한 일종의 실험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꼭 탕웨이씨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 작가도 저도, 연기할 때의 눈빛, 표정, 몸짓까지 우리가 그리려는 샤오홍에 가장 적합한 배우라고 생각했거든요."

탕웨이는 '색, 계'(2007) 출연 이후 '친일을 미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중국 본토에서 한동안 영화에 출연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좋은 작품을 통해 나를 표현할 기회가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다른 모든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씩씩하게 웃었다.

김태용 감독과의 결혼생활은? "저와 태용(김태용 감독)은 서로를 만난 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저에게 더 큰 행운이지요. 지금 우리는 행복하고, 앞으로는 영화 일로도 서로 잘 교감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