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당시 지도 위에서 이란을 깨끗이 지워버릴 수도 있었다."

지미 카터(90)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가장 큰 위기로 꼽혔던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에 대해 35년 만에 입을 열었다. 그는 1일(현지 시각) 90세 생일을 맞아 미 CNBC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가 보유하고 있던 무기로 이란에 군사 행동을 취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면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대학생들은 1979년 미국 정부가 독재자 팔레비 국왕의 망명을 허용하자 이에 반발,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에 난입해 직원 52명을 인질로 잡았다. 당시 카터 대통령은 인질 구출 작전에 나섰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이 사건은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과 더불어 카터 정부 외교 정책의 결정적 오점으로 남았다. 그는 결국 그해 치러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패했다.

재임 시절 '최악의 대통령'이란 평가까지 받은 카터는 퇴임 후 오히려 더 많은 인기와 지지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Habitat) 운동'을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1994년 북핵 위기 때는 평양을 방문, 김일성 주석을 면담하는 등 제네바 합의의 토대를 닦았다. 카터는 각종 국제 분쟁 해결에 노력해 온 공로로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카터는 1일 미국 애틀랜타 카터센터에서 가족·친지 등과 생일 축하 모임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나의 첫 90년은 만족스러웠다"며 "앞으로도 많은 활동을 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