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은 문안 인사라도 하듯 시도 때도 없이 포격을 쏟아부었다. 중국 본토 공산군과 대치 중이던 1969년 자유 대만의 최전방 진먼섬(金門島)에서 군인들은 혹독한 훈련을 꾸역꾸역 견뎠고, 양안(兩岸)의 군대는 망원경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선전 방송 경쟁을 벌였다. 이 섬 해안정찰부대의 신병 파오(롼징티엔)는 멀쩡한 허우대 덕에 정예 해안정찰부대에 배속됐지만, 적응하지 못해 이내 군내 공창(公娼)인 '831다방' 관리병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병사들은 벽에 붙은 여자 사진을 보고 한 장당 15분짜리 티켓을 사려고 줄을 서고, 여자들은 편을 갈라 "네가 꼬리쳐서 손님을 뺏었다"며 싸운다. 유일한 고향 친구는 고참들의 얼차려를 견디다 못해 831다방의 여자와 탈영하기 전 파오에게 묻는다. "여기 왜 와야 했던 거지? 왜 우리는 선택권이 없는 걸까?"

이 지옥도 속에서도 군인들은 꿈을 꾸고, 여자들은 사랑을 한다. 기본적 존엄조차 빼앗긴 참담한 현실에 선택지 없이 내던져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2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공개된 대만 영화 '군중낙원(軍中樂園)'〈사진〉의 화면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던 831다방의 여자 니니(완치안)가 파오에게 "남편을 죽이고 감옥에 갇혔지만, 감형받아 아들에게 빨리 돌아가려고 공창에 왔다"고 털어놓을 땐 방공포가 불꽃놀이처럼 하늘을 수놓는다. 이미 통금시간이 지난 한밤중, 주인공 파오가 "꽃이 핀 걸 보고 싶다"는 니니의 손을 잡고 들판을 달릴 때는 반딧불이 떼가 녹색으로 빛나며 날아오른다. 도제 니우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시대가 만들어낸 폭력,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의 실상을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그 안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놓치지 않는 놀라운 영화적 눈을 가졌음을 증명했다. 이산가족의 아픔, 현실의 덫에 붙들려 파국을 맞는 사랑을 그릴 때조차 그의 시선은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대와 역사가 아무리 힘들고 잔인하다 해도,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힘들었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또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와 같다"고 했다. 영화에 따르면 대만 군내 공창은 1990년에 와서야 폐지됐다.

사적 경험을 통해 근대사를 이야기하는 그의 스타일은 1980년대 대만 뉴웨이브 초기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기획과 편집에 참여한 것도 이 영화의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만 영화로는 2005년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스리타임스' 이후 9년 만의 부산 개막작. 역대 개막작 가운데 첫 번째 19세 이상 관람가 영화다. 김지석 부산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지난 7월 타이베이 영화제에 갔다가 허우샤오시엔 감독을 만나 DVD를 받아 왔고, 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이 함께 본 뒤 단번에 개막작으로 뽑았다"고 했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이 작품은 우리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아시아의 소통, 치유, 화해를 지향한다면, 이 영화는 대단히 중요한 소통의 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