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러다 한 대 맞겠다 싶으면 꼭 맞는다. 서러움에 북받쳐 펑펑 우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도 웃음이 난다. tvN 'SNL 코리아'의 인기 코너 '극한직업' 주인공은 연예인 매니저다. 월급 대신 게임방 쿠폰을 받고, 깡패와 시비 붙은 연예인 대신 두들겨 맞는다. 딱 5초 운동할 연예인을 위해 무거운 운동기구를 메고 다닌다.퇴근하면 영락없이 "쓰레기 같은 ××들"이라고 울부짖으며 한탄하는 역할이다.
매니저라기보다 머슴 역할로 웃기는 이 사람은, 실은 이 코너 작가 유병재(26)다. '페이크(가짜) 다큐' 형식의 이 코너에 나오는 연예인의 온갖 횡포와 매니저의 고생담은 모두 그의 아이디어다. 실제 연예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120% 정도 과장했다.
유병재는 원래 'SNL 코리아' 작가로 방송계에 입문했다가 직접 연기까지 하면서 개그맨으로 대접받는다. 이 '극한직업' 덕분에 올해만 CF를 3편이나 찍게 됐다. 이를테면 연예인에게서 월급봉투를 받았는데 그 안에 지폐 대신 김이 들어 있고, 하소연할 데 없어 질질 짠다는 내용의 김 CF다. 지난 24일 서울 상암동에서 그를 만났다.
"EBS 다큐 '극한직업'을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예요. 연예인에게 구박당하는 매니저도 극한직업일 수 있겠단 생각을 한 거죠."
지금까지 조영남, 신해철 편 등 총 15편이 방영돼 극한까지 몰리는 매니저 역할을 소화했다. "연예인의 이미지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신해철씨는 최근에 살이 좀 많이 찐 편인데, 제가 무심코 그 앞에서 '돼지××'라는 말을 하면서 혼자 웃다가 한 대 얻어맞는 식이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휴학생인 그는 2011년 개그맨 공채에 응모했다가 떨어졌다. "개그맨이 돼야겠다 싶은데, 시험은 자신이 없었어요. 직접 짠 콩트를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게 PD 눈에 띄어서 작가로 발탁된 거죠. 저 낙하산이에요."
그가 가사를 쓰고 작곡가를 섭외해 만든 '니 여자친구'라는 노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조회수 160만이 넘었다.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굳이 비교하긴 싫지만/ 우리 고모부가 더 예뻐"라는 식의 가사가 웃음 포인트다. 그는 "치기 어릴 때 만들어서 지금 보면 유치하고 위험한 영상"이라고 말했다.
"사실 제 얼굴로 누구 외모를 욕하겠어요." 그 말에 새삼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연예인에게 뺨을 맞고 시무룩해하던 그의 표정이 겹쳐졌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