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금융그룹 도이체방크가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 시기를 늦추기로 결정했다. 리보(RIBOR·국제 금융 거래의 기준이 되는 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 사건과 금 고시가격 담합 등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과징금과 법률 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도이체방크는 안슈 자인 공동 CEO와 유르겐 피첸 공동 CEO에게 2011년분 성과급을 올해 안에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라이너 네스케 개인·법인고객 영업 총괄과 슈테판 크라우제 금융시장 총괄 등 현직 임원과 2011년 임기를 마친 요제프 아커만 CEO, 휴고 바엔지거 전(前) 이사와 헤르만 요제프 람베르티 전 이사 등도 올해 안에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도이체방크는 CEO와 각 부문 총괄 등 경영진 7명에 대한 2011년 성과급을 총 1720만유로(약 230억원)로 책정하고, 이를 해마다 나눠서 지급해왔다. 도이체방크는 과징금과 법률 관련 지출 때문에 올해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을 우려해 성과급 지급을 미루기로 결정했다며 “사전 예방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2012년 금융업계에 소용돌이를 일으킨 리보 조작 사태로 미국과 유럽 금융규제당국이 관련 은행들에 부과한 벌금은 총 60억달러에 달한다. 국제 금융감독기구인 금융안전위원회(FSB)는 2016년까지 리보를 대체할 새로운 거래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불거진 환율 조작 사건도 여파가 컸다. 도이체방크 외에도 골드만삭스, 스탠다드차타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로이즈, 크레디트스위스 등 은행 10곳 이상이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수억달러의 과징금을 물었다.

리보와 환율 조작 사태에 모두 연루된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과징금 등으로 30억유로(약 4조150억원)를 지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도이체방크가 올해 2분기에도 최소 4억5000만유로에서 최고 22억유로의 법적인 비용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지급 동결 조치와 함께 성과급 액수도 삭감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자인 공동 CEO와 피첸 공동 CEO는 2012년 부임해 실질적으로 큰 영향은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