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光州) 일가족 피살 사건의 용의자가 1일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모녀와 외할머니 등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이날 김모(34)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아파트에서 권모(여·41)씨와 딸 전모(14)양, 권씨의 어머니(68)를 흉기 등을 사용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죽였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에 따르면, 3년 전부터 권씨와 만남을 가져 온 김씨는 최근 관계가 소홀해지자 29일 오후 6시쯤 꽃다발을 들고 권씨의 집을 찾았다가 자신을 무시하는데 화가 나 권씨를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숨진 권씨는 2006년 이혼 뒤 딸과 함께 살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오후 7시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권씨의 어머니가 권씨 집을 찾아오면서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자 집 안에 있는 흉기로 권씨 어머니의 뒷머리를 내리쳐 숨지게 했다. 범행 현장을 정리하던 그는 오후 8시쯤 딸 전양이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자 역시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목을 조른 권씨와 전양이 숨지지 않자 주방에 있던 랩을 머리에 감았으며 이 때문에 모녀가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씨는 범행 직후인 오후 8시 20분쯤 권씨의 집을 나와 자신이 타고 온 렌터카를 몰고 도주해 광주·전남 지역을 배회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살아야 할지, 죽어야 할지 고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씨는 전북 고창의 한 야산에서 김씨는 도주 중 산 번개탄 2장을 차 안에서 피워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렌터카 이동 경로 등을 추적해 고창에서 이날 오전 5시 30분쯤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그는 경찰에서 “딸을 죽인 게 가장 후회스럽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0일 경찰은 오전 8시 20분쯤 “전양이 등교하지 않고 가족과 연락도 되지 않는다”는 담임교사의 신고를 받고 자택에서 숨져 있는 전양의 가족을 발견했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조사한 결과, 29일 밤 모자를 쓰고 꽃다발을 든 김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양의 집이 있는 9층으로 올라갔다 한참 뒤 내려온 모습을 확보하고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