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전남 신안군 홍도 앞바다에서 승객과 승무원 110명을 태운 유람선 바캉스호(171t)가 바다 밑 암초(暗礁)에 걸려 좌초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때마침 바캉스호와 100~150m 떨어져 뒤따르던 다른 유람선과 어선 10여척이 출동해 긴급 구조에 나서면서 20여분 만에 탑승객 전원을 구했다. 그러나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목격자들은 사고 선박이 홍도 만물상 바위에 근접하는 순간 무언가에 부닥치면서 배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바캉스호는 사고 해역(海域)의 파도가 비교적 높고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통상적인 항로에서 약간 벗어난 상태였다고 한다. 해경은 선장이 무리하게 운항을 강행했는지, 운항 미숙이나 부주의가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좌초한 바캉스호는 일본에서 1987년 건조돼 27년간 쓰던 노후(老朽) 선박을 사들여 올 5월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1994년 건조된 세월호보다 더 낡았다. 홍도 주민들은 선박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세월호 사고 이후 목포 해경에 청원서까지 냈지만 운항 허가를 받은 지 불과 5개월 만에 사고를 낸 것이다. 운항 허가 과정에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연안(沿岸) 여객선을 대상으로 선령(船齡)을 최장 25년만 허용하고 안전(安全) 관리 업무를 해양수산부로 일원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바캉스호 같은 유람선들은 대책에서 빠졌다. 유람선에 대해서는 선령 제한을 두지 않는 등 안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해둔 것이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여객선은 166척인 반면 유람선은 바다에서 운항하는 것만 542척이나 된다. 그런데도 유람선 관련 법은 소방방재청이 관할하고, 바다의 유람선에 대한 허가·안전 관리는 해경이 담당하고, 강·호수 유람선에 대한 허가·안전 관리는 지자체가 각각 나눠 맡고 있다. 담당 부서가 다르다 보니 여객선 안전 대책은 만들면서 유람선 대책은 빼놓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종합 안전 대책을 만든다고 법석을 떨고서도 각 부처들이 제 밥그릇 챙기느라 국민 안전을 내팽개친 셈이다. 황당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유람선 관광객은 여수 34만 등 수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번에도 습관적으로 유람선 안전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이렇게 사고가 터져야 대책을 세우는 식으로 대응하면 국민 사이에선 결국 공무원도 수입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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