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거킹이 법인세가 낮은 캐나다로 본사 이전을 추진해 미국에서 '기업의 애국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행위를 애국심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은 대기업이 세금 회피를 위해 드러내 놓고 본사를 해외 이전하는 사례는 없다. 그래도 대기업이 국내보다 해외에 더 투자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경 없는 무한 경쟁시대에 애국심 경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한전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은 현대차 그룹은 국가를 거론했다. 평당(3.3㎡) 4억4000만원의 고가 낙찰에 대해 "국가로부터 사들이는 땅"이라고 했다. 땅값이 한전 부채를 갚는 데 사용돼 국가적으로 손해 볼 것 없다는 논리이다. 자동차 테마파크를 갖춘 통합사옥을 만들어 경영효율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해외에서 열리는 관련 행사도 유치하겠다고 했다.
투자 측면만 본다면 외국 부동산을 개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2001년 민간에 매각된 일본 도쿄 방위청 부지는 1800억엔으로 평당가는 우리 돈으로 8000만원이 되지 않았다. 호텔·오피스·상가로 개발돼 연간 3500만명이 찾는 도쿄 대표 명소 미드타운이다. 최근 팔린 도쿄 메구로가조엔(目黑雅�園) 매매가는 1300억엔, 평당 1억1000만원 선이다.
10조원이면 뉴욕·런던을 대표하는 유명 건물도 10개 이상 사들일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 있는 '뉴욕 멜런은행' 본사 건물이 올해 5억8500만달러(약 6100억원)에 팔렸다. 독특한 외관으로 런던의 대표 오피스로 자리 잡은 오이(Gherkin)빌딩도 1조1000억원 수준이다. 연간 800만명이 찾는 독일 베를린의 관광명소 소니센터는 2008년 6억유로(약 8000억원)에 매각됐다.
천문학적 투자지만 부동산이라는 이유로 논란도 있다. 더군다나 한전 부지 인허가 과정에서 복병을 만날 수도 있다. 인허가가 1년 늦어져도 수천억의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서울시는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개발과정에서 인근 지역과의 통합개발을 고집해 사업 지연과 추가 비용을 초래했고 결국 무산됐다. 반면 일본 미드타운은 정부·도쿄도·미나토구청이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매각 전에 공적 부담, 개발 규모에 대한 계획을 고시했다. 민간업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신사협정이었다. '도시재생 긴급정비지역'으로 지정, 매장 문화재 조사기간 절반 단축 등 인허가를 신속하게 진행해 조기 착공하도록 도왔다.
일본은 부동산 개발도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라고 보고 규제 완화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6월 도쿄 주상복합건물 '도라노몬 힐스' 완공 행사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장관들이 참석한 것도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에 감사하기 위해서였다. 외자 유치를 위해 땅값을 깎아주고 세제 혜택을 주면서도 국내 기업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 인허가를 질질 끈다면 한전 부지가 '애국심 투자의 마지막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