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지터가 홈 고별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린 뒤 두 손을 치켜들고 기뻐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한 시대를 풍미한 '캡틴'의 홈 고별 무대는 드라마였다. 26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양키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경기. 5대5 동점이던 9회말 1사 2루에서 등번호 2번의 타자가 섰다. 그러곤 오리올스의 6번째 투수 에반 미크의 초구인 138㎞짜리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공이 오른쪽 외야로 굴러가는 사이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극적 끝내기 안타의 선수는 20시즌이나 메이저리그를 지배한 유격수 데릭 지터(40)다. 그는 마지막 타석 전까지도 4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팀의 5대 2리드를 이끌었다. 양키스의 평범한 승리로 끝나는 듯했지만, 야구의 신(神)은 지터를 위한 마지막 반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9회초 마무리 투수가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한 것. 9회말 다시 등장한 지터는 이날의 주연답게 4만8613명 팬 앞에서 홈 고별전을 해피엔딩으로 완성했다. 상대팀 더그아웃에는 20년 전 양키스 감독 시절에 지터를 주전 유격수로 발탁했던 벅 쇼월터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경기 후엔 리베라, 포사다, 페티트, 윌리엄스 등 고락을 같이하며 양키스 왕조를 이끌던 옛 동료들이 그라운드에 함께 자리했다.

지터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는 "내가 꿈꿔온 것 이상이었다. 정말 짜릿했다"며 "울지 않으려고 애썼고, 어떻게 경기를 치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터는 '영원한 주장(The Captain)'이다. 양키스뿐 아니라, 다른 팀 선수들도 그렇게 불렀다. 흠 잡을 데 없는 실력에 앞서, 열정과 승부욕 그리고 개성 강한 메이저리거들을 하나의 팀으로 이끄는 리더십 때문이었다.

1995년 빅리그 무대를 밟은 지터는 올해까지 14번이나 올스타전을 뛰었다. 1996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상, 2000년 올스타전과 월드시리즈 MVP였고, 아메리칸리그 공격부문 개인 타이틀도 3번(득점왕 1회, 최다안타 2회) 거머쥐었다. 그의 리드 아래 양키스는 5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6일 경기까지 지터는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309(1만1191타수 3463안타), 260홈런, 1310타점, 1923득점을 기록 중이다. 득점과 안타는 현역 최다 기록이고, 메이저리그 전체로도 10위와 6위에 올라 있다. 그가 달던 2번이 양키스 영구결번이 될 것은 분명하다. 지터는 27~29일 양키스의 숙적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3연전으로 현역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