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5년 이후의 개발 의제 설정 및 이행'을 주제로 개막한 이번 69차 유엔총회에서 매일 20가지 넘는 일정을 소화하는 초강행군에 나선다. 올해 총회가 193개 유엔 회원국 대표단 가운데 국왕과 대통령, 총리 등 정부 수반급 이상만 140여명이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또 시리아·이라크 사태를 비롯한 동시다발적 국제 분쟁과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기후변화 대응 등 총회에서 다뤄질 의제가 어느 때보다 많다.

반 총장의 일정이 가장 몰린 날은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열리는 23일이다. 반 총장은 오전 8시 정상회의 개막연설을 시작으로 31가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하루 일정인 기후변화 정상회의 관련 행사가 끝나는 오후 10시까지 쉴 틈이 없는 일정이다. 정상회의 행사 도중 짬을 내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 19개국 정상과 양자회동도 갖는다.

21일(현지 시각) 반기문(맨 오른쪽) UN사무총장이 뉴욕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촉구 거리행진에서 참가자들 팔짱을 끼고 걷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 동물학자 제인 구달,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 반기문 총장.

유엔총회 정상회의 개막일인 24일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의 양자회동 등 24가지 일정이 잡혀 있고, 25일에도 29가지나 예정돼 있다. 유엔 사무총장이 총회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과 만나는 양자회동을 갖는 것은 오랜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 총회 기간엔 기후변화 정상회의(23일)와 총회 정상회의 개막일(24일)에 정상들의 방문 일정이 몰리는 바람에 반 총장의 일정이 더 바쁘게 됐다"고 유엔 관계자는 말했다. 북한 대표로 참가하는 리수용 외무상과의 면담은 27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총회 기간 중 반 총장이 주재하는 회의는 67개라고 유엔은 밝혔다. 중간에 비는 시간은 다음 회의에서 발언할 연설문을 검토하는 데 쓰인다. 유엔 안팎에선 올해 만 70세인 반 총장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