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리학자인 에이브럼 매슬로(Maslow)의 '욕구 5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생존→안전→애정→존경→자아 실현' 순으로 진화한다. 먹고 자는 본능적 욕구가 해결되면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기는 식이다. 돈이라면 남부러울 것 없는 억만장자도 마찬가지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대럴 웨스트 부소장은 19일 출간한 '억만장자들'〈사진〉이란 책에서 "자산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인 전 세계 1645명의 억만장자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각국의 정치와 정책 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억만장자들이 즐겨 쓰는 방법은 자신과 이념적 성향이 같은 정치 세력을 후원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카지노 운영업체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의 셸던 아델슨 회장은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에게 정치자금 1500만달러를 기부한 것을 비롯, 공화당 의원들에게 9300만달러를 후원했다. 반면 애니메이션 제작자인 제프리 카첸버그 드림웍스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 후원회에 3000만달러를 기부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민주당의 오랜 우군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천적'으로 유명한 찰스 코크와 동생 데이비드는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 낙선 광고 캠페인을 벌였고, 이번 11월 4일 중간선거에선 공화당이 상원 과반을 차지할 수 있도록 정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억만장자와 정치인의 관계에 대해 웨스트 부소장은 "미국엔 '억만장자는 한 대의 비행기와 두 대의 요트, 네 채의 집과 5명의 정치인을 소유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금권정치의 확산을 막으려면 '21세기 자본론'을 쓴 토머스 피케 교수의 주장처럼 부유세 신설,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강화, 상속세 인상 등을 통해 부의 집중과 대물림을 차단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