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민중기)는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정부를 상대로 낸 '법외(法外)노조 통보 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고, 교원노조법의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違憲)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제청(提請)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법외노조"라는 1심 판결의 효력은 중지되고,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전교조는 합법적으로 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전교조는 초·중·고교 등에 재직 중인 교사, 해고됐지만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 신청을 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만을 교원으로 보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가 위헌이라 주장했다. 전교조에 소속돼 있는 해직 교사들도 모두 노조원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전교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교원노조법 제2조는 헌법이 정한 과잉(過剩) 금지 원칙에서 벗어나 교원의 단결권·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교조, 당분간 노조 신분 유지
서울고법이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두고 있는 전교조가 법외노조인지 합법 노조인지를 실질적으로 헌재가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전교조가 항소심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크며, 합헌 결정을 내리면 전교조 패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하게 돼 있지만, 이는 훈시 규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기간을 넘겨 결론이 도출되는 경우도 많다. 통상 헌재 결정은 6개월~1년 사이에 나오지만, 경우에 따라선 1년을 넘기고 있다. 전교조가 지난해 10월 같은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만큼, 당시의 헌법소원과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은 한꺼번에 심리하고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 관계자는 "전교조가 공개 변론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는 헌재가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 등 중단
이날 서울고법 결정 직후 교육부는 "2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직권면직 등 법외노조와 관련된 모든 조치를 중단하겠다"며 '법외노조 후속 조치를 현 상태에서 모두 보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17개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2심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미복직 전임자에 대한 직권면직 직무이행명령과 행정대집행을 중단하고, 지난해 중지됐던 전교조와의 단체교섭도 진행할 것"이라며 "전교조 사무실 임대료 지원도 종전처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가 당분간 노조 지위를 유지함에 따라, 학교로 돌아갔던 전임자 41명 중 상당수는 다시 노조 전임자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담임·교과 교사 교체, 기간제 교사 채용 등으로 일부 학교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판결에 즉각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부는 "교원노조법 제2조는 제정 당시 교원의 범위를 현직 교사로 하자고 노사정이 합의해 만들어졌고, '교원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할 수 없다'는 2012년 대법원 판결도 있는 등 (법리적으로) 명확히 정리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판결은 법적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도 "1심에 이어 2심 법원에서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행정력이 낭비되고 앞선 판결이 거듭 뒤집어지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서울고법의 전교조 합법 지위 인정을 환영한다"면서 "전임자 직권면직, 직무이행명령, 행정대집행 등 학교 현장에 혼란을 자초한 교육부는 즉각 사과하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고용부는 전교조가 해직자 9명을 노조원으로 둬 교원노조법 제2조를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전교조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법외노조)고 통보했다. 전교조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지난 6월 패소하자, 서울고법에 항소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교원노조법 2조
교원은 초·중·고교에 재직 중인 교사를 의미하고, 예외적으로 해고자는 중앙노동위 재심 판정이 있을 때까지 교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해직이 확정된 사람은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