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center"><span style="padding: 0 5px 0 0;"> <a href="http://www.yes24.com/24/goods/14563676?CategoryNumber=001001017001007001&pid=106710" target="_blank" title="새창열기"><img src="http://image.chosun.com/books/200811/buy_0528.gif" width="60" height="20" border="0" alt="구매하기"></a></span> <a href="http://www.yes24.com/home/openinside/viewer0.asp?code=14563676" target="_blank" title="새창열기"><img src="http://image.chosun.com/books/200811/pre_0528.gif" width="60" height="20" border="0" alt="미리보기"></a> <

지식의 반감기

새뮤얼 아브스만 지음|이창희 옮김
책읽는수요일|338쪽|1만6000원

우라늄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에는 반감기(半減期·half-life)가 있다. 덩어리 속 원자 중 절반이 붕괴한 상태가 되는 시기다. "지식에도 반감기가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우리가 배운 지식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뜻이다. 미국 하버드대 정량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어떤 지식이 언제 폐기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분야의 지식 가운데 절반이 낡고 쓸모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50년간 발표된 간 질환 관련 논문 500여편을 프랑스 연구진이 분석했다. 사실을 담고 있는지, 틀린 게 증명됐는지를 점검하면서 살아남은 지식의 양을 살폈다. 간 질환 지식은 45년이 지나면 절반은 오류로 밝혀지거나 낡은 지식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감기가 45년인 셈이다.

논문에 담긴 진실이 붕괴하는지 알려면 그 학문 분야의 평균적인 논문이 더는 인용되지 않을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하면 된다. 도서관은 어떤가. 모든 장서의 반감기를 알면 책이 쓸모없이 자리나 차지하는 모습으로 전락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 있다. 학술서 중 물리학의 반감기가 13.1년으로 가장 길게 나타났다. 〈그래픽

아브스만은 2010년 보스턴글로브에 '경고: 여러분은 낡은 현실에서 살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써 스타가 된 과학자다. 연구를 집대성해 3년 만에 펴낸 이 책에서 그는 지식의 탄생·확산·전이·소멸 과정을 추적했다. 우리가 변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식이 변하는 세계에서 참고서로 삼을 만하다. 15세기에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어떻게 확산됐는지, 19세기에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를 어떻게 측정했는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로 속을 채웠다.

지식 변화의 패러다임을 이해하면 오래된 지식이 뒤집히고 새로운 지식이 들어서는 교체 과정을 수량화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특정 지식을 재검토하는 기준도 세울 수 있다. 인류의 달 착륙을 보자. 역사를 통틀어 없었던 일이 1969년 갑자기 일어났다. 그런데 그 과정은 예측 가능했다. 1953년 미국 공군 과학자들은 지난 200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해 '비행 수단이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 있는 속도에 이르기까지 4년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뒤따랐다.

지금 주기율표에 존재하는 원소의 10% 이상은 1980년 이후 발견된 것이다. 우리가 아는 지식 대부분은 고속으로 변하지 않고 불변에 가깝지도 않다. 아브스만은 그런 지식을 '중속 변화 지식(mesofact)'이라 이름 붙인다. 정보 저장 수단이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에서 클라우드로 옮아가는 데 이르기까지, 기술도 중속 변화 지식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에겐 오류가 밝혀진 다음에도 낡은 지식에 매달리는 경향, 즉 '지식의 관성'이 있다는 진단이 통렬하다. 지식은 끊임없이 진동한다. 지식의 습득보다 변화하는 지식에 적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변화의 배후에 있는 질서와 패턴을 알면 불확실성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 기억보다 검색 엔진에 점점 더 의존하는 게 탄식할 일은 아니라며 아브스만은 덧붙였다. "역설적으로 기억에 기대지 않음으로써 좀 더 업데이트된 지식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