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은 2만6000석 매진이었다. 4위에 턱걸이 중인 프로야구 홈팀 LG가 1위 삼성과 맞붙는 경기였다. 게임 시작 3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야구장 1루 출입구 쪽에 설치된 적십자사의 심폐소생술 교육 부스는 썰렁하기만 했다. '세계 응급처치의 날(World first aid day)'을 맞아 강사 20명이 실습용 인형 5개를 준비하고 오후 3시 30분부터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5시까지 교육을 했다. 그러나 교육에 참여한 사람은 채 50명이 안 됐다. 대부분이 아이들이었고, 어른은 10명 미만이었다.
'환자 상태 확인―도움 요청과 신고―흉부 압박―인공호흡'으로 이어지는 실습엔 5분도 안 걸렸다. 강사들은 "심폐소생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4분(뇌 손상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의 기적 심폐소생술을 배우세요!"라고 외쳤지만 사람들은 외면했다. 2000년부터 9월 둘째주 토요일마다 열린 '세계 응급처치의 날' 행사의 올해 슬로건은 '생명을 구하는 영웅이 되자(Be a hero! Save lives!)'였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당장 야구장에서도 흥분해 쓰러지거나 사고가 날 수 있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 슬로건이 무안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계상으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고 하는데 정작 응급처치 등을 교육하는 곳에서는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스를 그냥 지나친 김모(30)씨는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은 영화나 뉴스 속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고령화와 심혈관 질환의 증가로 국내 급성 심정지 환자 수는 한 해 3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비율은 지난해 8.7%에 그쳤다.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30%가 넘는 미국·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