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 김남일(37·전북)이 10년 만에 K리그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을 선두에 올려놓았다.

김남일은 1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경남FC와 벌인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38분 레오나르도가 올린 프리킥을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가르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장을 찾은 아내 김보민 KBS 아나운서는 골 장면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김남일은 "아내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줘서 기쁘다"며 김 아나운서를 끌어안았다. 전북은 승점 51점(15승6무5패)으로 포항(승점50·15승5무6패)을 제치고 하루 만에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김남일(왼쪽)이 1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자신을 인터뷰하러 나온 아내 김보민 KBS 아나운서가 울먹이자 두 팔로 안아주고 있다. 김남일은 이날 경기에서 10년 만에 K리그 득점을 올렸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은 전남 드래곤즈 소속이던 2003년 뛰어난 킥 능력으로 6골 1도움을 기록하며 '전천후 미드필더'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04년 5월 인천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 K리그에서 골맛을 보지 못했다. 수원 삼성(2005~2007), 빗셀 고베(일본·2008~2009), 톰 톰스크(러시아·2010~2011), 인천 유나이티드(2012~2013)를 거치는 10년 동안 일본에서 뛰던 시절 단 한 골(2008년)만을 넣었다.

지난해 동갑내기 친구 이영표(37)가 은퇴하자 주변에선 "김남일도 은퇴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경기를 노련하게 운영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필요하다"며 김남일을 영입했다. 최 감독은 김남일이 지난 4월 멜버른 빅토리와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왼쪽 무릎 부상을 당해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에도 "선배로서 더 열심히 하려다 당한 부상이다. 복귀하면 금방 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지난 10일 부산전에서 6개월 만에 선발 출전한 김남일은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주전 미드필더 이재성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김남일은 "그동안 팀에 '짐'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다"며 "남은 경기에서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제주-수원 경기는 0대0으로 끝났고, 상주는 전남을 1대0으로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