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철 스포츠부 차장

3년간 프로야구 퓨처스리그에서 고군분투해 온 고양 원더스의 전격적인 해체 소식보다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김성근 감독이 흘린 눈물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누구인가. 치밀한 데이터 분석과 용병술을 앞세워 상대 벤치와의 지략 싸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면서 '야신(野神·야구의 신)'이란 별명이 붙은 백전노장 아닌가. 그는 승부 앞에선 한 치 양보가 없는 냉혈한이었다. '일구이무(一球二無·공 하나에 승부를 걸 뿐 두 번째는 없다)'라는 좌우명처럼 그에게 후퇴나 타협은 없었다.

바늘로 찔러도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을 것 같았던 그가 눈물을 흘렸다. 그것도 늘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채찍질을 가했던 어린 선수들을 앞에 두고. 팀 해체 결정이 내려진 11일 밤 연락이 닿은 김성근 감독은 "잘리는 건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은데 선수들 앞에 서니 감정이 마구 치솟아 올라 억누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지만 갑자기 몸담을 곳이 없어진 어린 선수들의 축 늘어진 어깨를 보곤 손자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심정을 느꼈던 듯하다.

그의 눈물에는 야구계에 대한 야속함도 담겨 있었다. 온라인 게임으로 대박을 터뜨린 원더스의 허민 구단주는 '재산 기부'라는 새로운 형태의 야구단 운영이란 콘셉트를 내놨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지만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그는 야구계의 패자(敗者)들에게 다시 한 번 꿈에 도전할 기회를 주는 것을 원더스 창단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기존 구단이 중심이 된 퓨처스리그 제도의 벽을 넘지 못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운영 구조가 달라 많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원더스의 퓨처스리그 정식 편입에 난색을 표했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원더스의 해체로 또 다른 독립야구단의 탄생은 더욱 어려워졌다. 김 감독은 "기존 원칙과 틀 안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가려는 의식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성근 감독은 정식 편입 문제보다 원더스를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각 자체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면서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원더스가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속 시원히 털어놓겠다"고 했다. 그는 "오너(김 감독은 34세나 어린 허민 구단주를 이렇게 불렀다)가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야구인, 특히 그에게 팀 창단을 제의했던 KBO 관계자들로부터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허민 구단주는 올 시즌 개막전부터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하고 인격적 모독까지 서슴지 않는 야구계에 속상해하고 좌절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이름 내세우는 일이나 행사에는 빠짐없이 끼어들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나 몰라라 고개를 돌리는 일부 야구인에 대한 분노도 감추지 않았다.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어느 조직이든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의 눈물, 꿈이 꺾인 원더스 선수들의 고개 숙인 모습을 야구계와 KBO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