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조형물 '진실의 눈'을 통해 검찰청사가 보이고 있다. 2013.9.15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부분에 대해 법원이 11일 무죄를 선고하는 등 석연찮은 결과가 나옴에 따라 검찰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이날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 등으로 판단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 등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 전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2009년 2월부터 2012년 12월 사이 국정원 사이버전담팀이 인터넷 등에 올린 2125건의 게시글과 댓글, 특정 게시글에 찬반 표시를 한 1214건을 국정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원 전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평상시 계속 반복되어 오던 사이버 활동이 선거 때가 됐다고 당연히 선거운동이 될 수 없고 선거운동을 지시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원 전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무난히 유죄 선고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직선거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었다.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이 조직을 동원해 대선개입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박근혜 정권 수립의 정당성을 뿌리 채 흔드는 메가톤급 사안이라는 점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속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4.9.11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뒤 지난해 4월 윤석열 여주지청장(현 대구고검 검사)을 특별수사팀장으로 하는 수사팀을 꾸리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후 2개월 만인 같은해 6월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수사대상자 가운데 원 전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특별수사팀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원을 등에 업고 원 전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을 적용하는 강수를 뒀다.

공교롭게도 채 전총장은 이후 혼외자(婚外子)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고 윤석열 팀장과 수사팀 검사들은 문책성 전보발령이 났다.

결국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강한 반대와 수사팀의 사실상 해체라는 자충수를 두고서도 원 전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데 대한 부실수사 논란에도 휩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선고가 내려진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등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법원이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 혐의를 받았던 홍모(41)씨에 대한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 8건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하자 즉각 언론을 통해 법원을 맹비난하는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검찰은 원 전원장이 항소의사를 밝힌 만큼 항소 여부 등 향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