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여야와 청와대 등 정치권 어디에서도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15일 국회 본회의 개최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 코스로 가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연휴 기간 전화로 수차례 입장을 조율했지만, 평행선만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침묵을 이어갔다. 그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이날 "15일 본회의를 열어 91개 민생 법안을 처리하겠다"며 야당과의 대화 재개보다는 압박 쪽에 무게를 실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계속하더라도 다른 민생 법안들은 도대체 무슨 죄가 있길래 계속 보류돼야 하는가"라고 했다. 김현숙 원내대변인도 "여야 간 국회 일정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 수 있다"며 "(의장 직권으로) 15일 본회의를 열어 계류 중인 민생 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추석 전 소속 의원들에게 '15일 본회의에 계류 중인 미처리 안건들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오니 반드시 전원 참석해 주시기 바란다'는 문자를 보내 국회의장의 본회의 개최를 압박하기도 했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개최는 국회의장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본회의장에서 의사봉만 두드리면 (본회의가) 된다. 이젠 의장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이날 참모들과의 회의를 통해 "여야 합의 없이 의장 직권으로 법안을 처리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법안 통과보다 여야 의사일정 합의가 우선"이라며 "만일 국회의장이 법안을 직권 상정하면 야당은 '파국'을 선언할 것이고, 정기국회 일정은 완전히 물 건너갈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직권 상정 처리보다는 여야 합의를 위해 중재 노력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여당 내에서는 정 의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교착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15일 법안 처리가 필요한데 정 의장이 자기는 욕먹지 않겠다며 발을 빼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측은 정 의장에 대한 새누리당 측의 직권 상정 처리 압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의장을 통해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국회선진화법의 정신을 묵살하고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 한 관계자는 "단독 처리를 감행한다면 그때는 여야 관계와 정기국회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 지도부도 교착 정국을 풀기 위한 해법은 못 내놓고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 측은 "지난번 두 차례 합의로 비대위원장 사퇴설까지 나오는 등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었는데, 또다시 협상 전면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야당의 한 인사는 "야당은 유족, 여당은 청와대 의중만 살피는데 누가 제3의 절충안을 내놓는 등 중재에 적극 나설 수 있겠느냐"고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나 협상을 해오던 유족 측도 다시 박 원내대표와 야당에 공을 떠넘기고 있다. 유족 대표들은 박 원내대표와 만나 "새누리당과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니 다시 전면에 나서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