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라는 옛 속담이 현실이 됐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에서 빈부 격차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내 중점 과제로 제시한 ‘경제 불평등 해소와 서민층 지원’이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은 덩샤오핑 전 국가 주석의 경제개발 정책의 부작용인 빈부격차·도농격차·지역격차 문제로 시진핑 주석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현지시각)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동안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고 소비자금융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2010~2013년 미국 상위 10% 가계에서 평균 소득(세전)은 1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40% 가계의 평균 소득(물가상승률 반영)은 감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상위 10~60%를 차지하는 중산층의 경우 평균 소득 변화가 거의 없었다. 2007~2010년에 본 손실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2010년 이후 전체 평균 소득은 4% 증가했지만, 소득 중간값을 나타내는 중간소득(median income)은 5% 감소했다. 특히 상위 10%를 제외한 모든 가계에서는 중간소득이 감소했다. 소득 증가 혜택을 상위층만 누렸다는 의미다.
미국 전체 소득 중에서 상위 3%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7.7%에서 2013년 30.5%로 늘었다. 반면 하위 90%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다.
연준 위원들은 이번 조사결과는 경기 후퇴 이전 상태로 복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경기 후퇴 당시에는 상위층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 격차가 줄었다가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2010년 이후 실업률이 하락하고 경제성장률은 반등했지만, 소득과 순자산 증가에는 상당한 격차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산보유 여부와 인종별로도 소득 증가 차이가 컸다. 지난 3년간 주택소유주의 평균 소득은 7% 증가했지만, 세입자는 1% 감소했다. 백인의 평균 소득은 8% 늘었지만 비백인·히스패닉계는 11% 줄었다.
한편 이런 빈부 격차 확대 현상은 중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중국 사회과학조사센터는 지난달 25일 상위 1% 가계가 중국 전체 자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하위 25% 가계의 자산은 1%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자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95년 0.45에서 2002년 0.55, 2012년 0.73으로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크다는 의미다.
빈부 격차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지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빈부 격차가 경제성장세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빈부 격차가 확대하면 사회적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고, 장기적인 경제 성장 기반을 위협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S&P는 앞으로 10년간 미 경제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년 전 예상치인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또 S&P는 세금인상, 복지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부 정책으로는 빈부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가 어렵다며, 그 대신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