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이번 정기국회에서 담뱃값 2000원 이상 인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담뱃값 인상은 국민건강증진법, 지방세법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권은 국회에 있다.

본지가 금연 정책을 다루는 복지위 의원 20명, 세금을 다루는 기재위 의원 26명 등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국회 핵심 상임위원 46명(3명은 무응답)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53%(43명 중 23명)가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답변을 유보한 의원이 33%(14명), 담뱃값 인상에 명확히 반대한 의원은 14%(6명)였다.

의원 절반 이상이 "담뱃값 올려야"

담뱃값 인상에 찬성한 의원 23명 가운데 17명은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찬성한 의원들은 대부분 "담뱃값 인상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확실한 금연 효과를 낼 수 있을 만큼 중폭 이상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취지에 공감하지만 언제 얼마나 올릴 것인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도 "담뱃값 인상이 강력한 금연 정책 수단이지만, 사회적 합의 도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담뱃값을 4500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매대에 있는 담배를 정리하고 있다.

유보 입장을 보인 의원 14명 가운데 9명은 새정치연합 의원이었다. 하지만 유보 입장인 의원 중에서도 8명은 원칙적으로 금연 정책으로서 담뱃값 인상에는 찬성했다. 다만 인상을 논의하기 전에 담뱃세에서 나오는 돈을 어떻게 쓸지부터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담뱃세 가운데 특히 건강증진부담금을 금연 정책에만 쓰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은 건강증진부담금으로 조성된 기금(연간 1조5000억원 규모)의 약 3분의 2는 건강보험 재정 지원에 쓰인다.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저소득층 부담을 우려하거나, "담뱃값 인상 의도가 금연 정책보다는 부족한 세수 확보에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기재위 새정치연합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여당 생각대로 1000~1500원 정도 올리면 금연 유도 효과는 없고 흡연자 부담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위별로는 복지위의 경우 담뱃값 인상 찬성은 대부분 여당, 유보는 야당이었고, 기재위도 비슷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나는 건강증진기금은 당연히 금연 정책에 쓸 것"이라며 "금연을 위한 약물치료, 특히 저소득층 흡연자의 금연을 돕는 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금연 치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 담뱃값은 지난 2004년 12월 500원 인상 이후 10년째 그대로다. 담뱃값이 묶여 있는 동안 소비자물가는 20.7%나 올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배의 80% 이상은 한 갑에 2500원이다.

경고 그림은 복지위원 75% 찬성

담뱃값 인상 외에 대표적인 금연 정책으로 꼽히는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 표시'에 대해서는 복지위원 20명 가운데 15명이 찬성했다. 답변을 유보하거나 반대한 의원은 각각 2명이었고, 1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찬성하는 의원들은 대체로 "경고 그림으로 흡연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경고 그림을 넣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는 의견도 많았다. 반면 반대하는 의원들은 "경고 그림이 지나치게 혐오감을 줄 수 있고, 금연 효과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70개국이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을 넣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비준 이후 11번이나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FCTC에 따르면 경고 그림 표시는 비준 3년 내에 이행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경고 그림을 담뱃갑에 넣을 경우 단기간에 금연율을 3% 이상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