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를 점령한 급진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가 두 번째 미국인 기자 참수 영상을 공개했다고 AFP통신이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상 속 참수된 미국인 기자는 스티븐 소트로프(31)로 확인됐다. 테러감시기구 '시테(SITE)'가 발견한 '미국에 대한 두 번째 메시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먼저 참수 영상이 공개됐던 미국인 기자 폴리처럼 주황색 옷을 입은 소트로프가 등장한다.

앞서 공개된 영상에서보다 머리카락과 수염이 더 자란 소트로프는 침착한 목소리로 자신이 IS에 대한 공습을 결정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소트로프는 앞서 폴리의 참수 영상에 등장해 두 번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채 단도로 소트로프를 참수한 IS 조직원은 폴리를 살해했던 사람과 동일인으로 추정된다.

영국식 억양을 사용하는 이 남성은 "오바마 대통령, 당신의 IS를 향한 거만한 정책 때문에 내가 다시 돌아왔다"며 "미국의 미사일이 우리들의 목을 공격하는 한 우리의 칼날도 당신들의 목을 계속해서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정보 당국을 인용해 '존'으로 불리는 이 남성이 런던 출신의 래퍼 압델-마제드 압델 바리(23)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남성은 소트로프 참수 영상에 다른 남성을 보여주며 영국인을 포로로 잡고 있다고 말해 다음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프리랜서 기자인 소트로프는 시사주간지 타임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등에 기고해 오다 지난해 8월 시리아 북부에서 IS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애미에 살고 있는 소트로프의 가족들은 집안 대변인 바락 바피를 통해 참수 영상이 진본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피 대변인은 "소트로프의 가족은 이 끔찍한 비극에 대해 알고 있으며 비통해하고 있다"며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공식 입장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트로프의 어머니인 셜리는 앞서 IS의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들에게는 미국의 정책에 영향력을 끼칠 능력이 없다"며 살려 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다시 한 번 참수 영상이 공개되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영상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잔인한 행동으로 인한 역겨움을 참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보 당국이 최대한 빨리 영상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상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비열하고 야만적인 살인행위"라며 "지난 수 주 동안 말해왔듯 IS는 종교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무슬림이든 기독교인이든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든지 관계없이 시리아인, 이라크인, 미국인, 영국인을 무차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소트로프의 사망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오는 4~5일 웨일스에서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유럽으로 떠났다.

한편 이라크는 미국의 공습에 힘입어 그간 IS에 포위당해 있던 시아파 투르크멘 지역 아메를리를 탈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