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서울성모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박경식(가명·당시 47세)씨. 침샘암 진단을 받고 2년간 투병하다 암이 척추에 번져 작년 12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다. 취재팀이 찾아갔을 때 그는 잔잔한 표정이었다.
"처음 여기 들어올 땐 언짢았어요. '정말 한 달 남았구나' 싶었거든요. 막상 와보니 잘한 선택 같아요. 일반 병동에선 '진통제 놓아달라'고 해도 '약이 떨어져서…' '지금 바쁘니까…' 하고 기다리게 했어요. 여긴 그런 일이 없어요. 의료진이 마스크도 안 쓰고 제 항문에 손을 넣어 대변을 빼줬어요. '죄송하다'고 했더니, '그런 말씀 마세요. 환자가 편한 게 중요하죠' 하시더군요. 그때 '남은 한 달은 하느님이 주신 시간이구나' 생각했어요."
마지막 한 달 동안 그는 좋아하던 커피를 하루 여러 잔 마셨다. 아내(50)와 많은 얘기를 했다. "관과 수의는 가장 싼 걸로 하라"고 했다. 납골당도 함께 정했다. 병상에서 색종이를 오려 붙여 꽃 그림을 만들었다. 아내에게 주면서 "일찍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가 울었다. 그는 고통 없이 눈을 감았다.
호스피스에서 가족을 보낸 사람들은 "고인이 편안하게 떠난 게 좋았다"고 말한다. 한데 우리나라는 살기에 퍽퍽한 것은 물론이고, 죽기도 고달픈 사회가 되고 있다. 호스피스처럼 삶의 마지막 순간을 좀 더 인간답게 맞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인프라와 제도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큰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0월 "오는 2020년까지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병상을 현재 864개에서 1400개까지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얼마나 진척됐을까? 취재팀이 전국 상급 종합병원 43곳과 지역 거점 병원 38곳 등 총 81곳에 모두 전화해보니, 호스피스 병동을 새로 만들거나 이미 있는 병동을 늘릴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 곳은 6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75곳 중 10곳은 "언젠가 그럴 생각이 있다" "검토는 하고 있다"고 했다. 65곳은 "전혀 계획이 없다"고 했다.
조사 대상이 된 병원 81곳 대부분이 "복지부나 지자체에서 관련 공문은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문을 받는 것 외에 복지부·지자체 직원이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거나, 설명회를 열어서 참석했다는 곳은 8곳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작년 12월과 올해 7월 두 차례 했다. 병원마다 2회 이상 전화해, 책임 있는 담당자로부터 공식 입장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