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설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AFP=뉴스1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일(현지시간) "이라크 쿠르드족에 무기를 지원한 것은 이 것이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로부터 유럽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25분 동안의 열정적인 의회 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 후 만든 분쟁지역에 무기를 보내지 않는다는 정책을 깨면서까지 지원한 것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잔혹한 일들이 민간인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무고한 생명을 살리려면 IS가 또 다른 피난처를 만들어내기 전에 이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 400여명의 독일인이 이슬람 급진세력을 위해 싸우려고 이라크와 시리아로 향했다"며 "언젠가 이들이 돌아온다면 유럽 도시들이 공격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으로 신음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안보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테러리스트들이 이 지역에 자리를 잡도록 내버려둔다면 우리를 향한 위험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지원한 무기가 잘못된 이들에게 전달돼 군국주의를 돕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가장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위협은 IS이고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없다"며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음으로써 테러가 확산되도록 하느냐, 아니면 포악한 테러에 대응해 싸우는 이들을 돕기 위해 무언가를 하느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있다"고 답했다.

독일 하원은 이후 이뤄진 3시간의 토론 끝에 이라크에 대한 무기지원을 승인했다.

지난 6월 이라크를 침공한 IS는 모술을 시작으로 이라크 북부와 서부 일대, 시리아 동북부 일대를 점령한 상태다. 이들은 점령 지역 주민들에게 무슬림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이들을 학살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독일 국방부는 지난 31일 IS와 싸우고 있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에 30기의 대탱크 미사일시스템과 8000대의 휴대용 대탱크 로켓발사기, 소총 1만6000정, 권총 8000정 등의 지원을 발표했다.

독일의 무기지원은 3단계로 이뤄지며 이와 함께 7000만 유로(약 931억원) 상당의 텐트와 헬멧, 무전기 등 군수물품과 5000만 유로(약 665억원) 상당의 구호물품도 지원될 예정이다. 아울러 독일 남부로 쿠르드족 민병대 페슈메르가 대원들을 불러 이들에게 장비의 사용법 등을 훈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