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아 기자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미국 대사관과 대사관저가 이슬람계 민병대에 의해 장악돼 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고 LA타임스 등 외신이 1일 보도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리비아의 이슬람계 민병대인 '리비아의 여명(Libyan Dawn)'은 지난달 23일 트리폴리 공항을 장악한 데 이어 미국 대사관도 점령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몰아낸 이후 이슬람계인 '리비아의 여명'과 비(非)이슬람계인 '진탄 민병대'가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민병대 간 내전이 악화되며 지난 2012년에는 벵가지에서 크리스토퍼 스티븐 미국 대사가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 달 31일 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는 '리비아의 여명' 소속 민병대 대원들이 미국 대사관 내 수영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대사관 점령을 자축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검은색 복장으로 무장하거나 평상복을 입은 남성들이 카메라 앞에서 웃다가, 수영장 옆 건물 2층 발코니에서 수영장으로 다이빙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이 영상이 언제 촬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병대는 또 대사관 내부 유리창을 모두 부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건물 내 주요 시설은 아직 원래 파괴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이에 대해 '리비아의 여명'의 사령관은 지난달 31일 한 언론에 "우리가 미국 대사관을 보호하고 있다"며 미국 대사관 장악 사실을 시인했다.

지난 7월 27일 리비아 무장단체 간 충돌로 치안이 악화되자 인근 몰타로 대피했던 데보라 존(Deborah Jones) 미 리비아 대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영상에 나온 장소는 미국 대사관 내 주거시설이 있는 지역"이라고 확인하면서, "창문 몇개가 깨지긴 했지만, 약탈당하지는 않았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