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 동국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에 대한 논쟁이 다시 뜨겁다. 지난해 교과서 논쟁에서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관심의 초점은 근현대사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필자가 살펴본 바로는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전근대사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 학설에 따른 상이한 서술과 각양각색인 참고 자료도 문제지만 특정 교과서에만 수록한 내용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독무덤(옹관묘)은 다수의 교과서에서는 철기시대의 대표적 무덤으로 기술하고 있으나, 신석기 시대의 무덤으로 기술한 교과서도 있다. 4세기 백제의 대외 진출 중 산둥 반도 진출을 서술한 교과서가 있는가 하면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 발해의 행정조직 중 말단 촌락을 다스린 관리를 수령, 촌장, 족장이라고 서로 다르게 기술하였는가 하면 아예 언급하지 않은 교과서도 있다.

고려시대 과거제도에서 문과인 제술과와 명경과에는 농민 백정이 응시하기 어려운 것으로 기술한 교과서가 대부분인데 제술과에만 응시하기 어렵다고 기술한 교과서도 있다. 또 조선 후기 문화사에서는 학술적 근거가 없는 동국진체를 엉뚱한 삽도까지 수록하여 비중 있게 다룬 교과서도 있다. 참고 자료로 제시한 유물이 교과서마다 제각각인 것도 문제다. 번개무늬 토기, 구멍무늬 토기, 팽이무늬 토기 등은 일부 교과서에만 수록된 토기인데 구멍무늬 토기는 지도로 그 문화권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말종방울, 타날문 토기류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쉽지 않으며, 장대투겁과 간두령은 동일 유물을 다르게 표현한 경우로 연결이 쉽지 않다. 원전 사료의 경우 집필진의 생각에 따라 각기 다른 사료가 소개된 것도 문제지만, 부실한 해석은 더 큰 문제다. 고구려의 결혼 풍습 중에 신부 집에서 마련하는 작은 집인 서옥(壻屋)을 신랑이 마련한다고 쓴 교과서도 있다. 문맥상 중요한 핵심 부분을 생략하고 해석한 경우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게 한다. 이처럼 교과서마다 서로 다른 서술과 다양한 자료 제시는 일선 교사와 학생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기에 이는 반드시 통합되어야 한다.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역사 교육의 다양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나의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는 다양한 역사관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사를 배우게 되는 것으로, 이는 곧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요인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 더구나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에서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는 다른 교과서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습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처럼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를 학생들이 흥미롭게 공부하고, 아울러 우리 역사에 대한 긍지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정 교과서든 아니든 하나의 교과서로 통합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역사 공부의 다양성은 대학에 가서 스스로 선택해서 공부해도 늦지 않다.

[[관련투표] 한국史 교과서 편찬, '국정 단일 교과서'로 vs. '다양성' 보장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