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은 어느 때보다 훨씬 더 크게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가 먼저 단식(斷食)을 중단했어야 했다. "국민에게 너무 많은 걱정을 끼쳤다. 분열과 갈등을 막기 위해 내가 중단하겠다"라며 털고 일어났다면 국민은 그의 과오를 묻기보다 용기를 높이 샀을 것이다.
눈앞의 지지자들을 실망시켰을지는 몰라도 더 많은 대중은 그를 다시 평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처럼 그는 강경파의 목소리에만 의지했다.
그는 병원에 실려갈 때까지 단식 농성을 이어가야 명분이 설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이왕 뽑은 칼을 성과 없이 되꽂을 수는 없다고 측근들은 주문했다. 그런데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으로 어중간하게 된 셈이다.
4시간 반 뒤, 문 의원은 "김영오씨의 생명을 걱정해서 단식했는데 그분이 그만뒀다"며 자신의 단식 철회 이유를 밝혔다. 논리적으로는 틀릴 게 없다. 그는 '단식을 말리려고' 광화문 농성장에 갔고, 이제 유족이 단식을 중단했으니 원래 목적이 달성됐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김씨로부터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가달라"는 말까지 들은 마당에 계속 하겠다는 것도 우스웠을 것이다.
며칠간 단식으로 피폐해진 그에게 야박할지 모르지만 그도 뭔가 찜찜하다는 걸 알 것이다. 그는 좀 더 책임 있는 설명을 했어야 옳았다. 문 의원의 단식은 김씨의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한 단식은 아니었다. 그가 "유족들의 요구가 지나친 것이 아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단식의 주인공으로 나섰을 때 이미 김씨 차원을 벗어났다.
순식간에 '사생결단'의 정국(政局)으로 몰고 간 것은 바로 문 의원이었다. 그가 결심하자 각계각층의 지지 세력들이 기다렸다는 듯 '릴레이 동조 단식'을 벌였다. 여의도 국회에서 버스를 대절해 광화문광장으로 야당 중진 의원들을 불러낸 것도 그의 힘이었다. 통진당원들까지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야당 의원들이 광화문에서 일렬종대로 '세월호특별법 제정' 종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일 때 그는 일일이 악수하고 다녔다. 중국 관광객들이 영화 촬영을 하는 줄 알고 스마트폰으로 찍어댔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여당이나 대통령이 막은 것도 아니다. 합의안을 두 번 깬 것은 야당이었고, 현 사법 체계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달라'는 세월호 유족의 주장에 편승한 것은 그였다.
유족의 단식을 말리러 나온 그가 단식의 주인공으로 매스컴의 조명을 받은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협상을 벌여왔던 야당의 원내대표·비상대책위원장의 존재는 가려졌다.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라고 요구하는 그의 단식 농성은 오히려 대통령이 나설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그의 모순적 행동에 상당수 국민은 혼란스러웠다.
다만 세월호 유족들은 앞장선 그에게서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든든함을 느꼈을지 모른다. 적어도 그만은 끝까지 책임져줄 자신의 편으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동조자보다 객관적 방관자가 나을 수 있다. 방관자의 존재는 자신을 돌아보게끔 하지만, 감상적인 동조자는 자신에게서 절제와 평정심을 잃게 한다. 문 의원의 단식 농성은 유족들의 귀에는 벨 소리로 울렸을지 모르나 다른 세상의 소리는 못 듣게 했다.
감정에 기반한 선동적인 동조 세력이 없었다면, 자녀를 잃은 슬픔도 지극한데 '염치가 어떻다'며 속삭이는 세상 사람들의 말을 유족들이 들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길 가는 행인들이 농성하는 유족들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광경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한때는 국민 모두가 미안해하고 차마 잠도 제대로 못 이루게 했던 유족의 고통이었다.
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에서 숨진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유족들의 슬픔이 더 크다고 봤기에 그 죽음조차 크게 애도할 수도 없었다. 유족들 앞에서는 우리가 겪고 있는 힘든 일상에 대해서는 아예 꺼낼 엄두도 못 냈다. 그런 대접을 받던 유족들이 점점 더 논란과 시비,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말 누구도 원치 않았다.
그래도 세상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연민이 남아 있다. 이런 마음을 얻지 못한 법과 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유족들의 뜻도 아닐 것이다. 유족들도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자신들의 방식이 주위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치는지를 한번 살펴볼 때가 됐다. 자신들을 맹목적으로 만드는 세력이 바로 자신을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
문 의원은 단식 중단 회견에서 "응원과 격려해준 시민에게 감사한다"고만 했다. 야당의 지도자라면 자신이 부추겨놓은 이런 갈등과 대립, 분열에 대해서도 언급했어야 했다. 여당보다 야당이 멋있고, 현 정권보다 대안 세력에 끌릴 때 우리에게 '미래'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마치 앞으로 가야 할 길목이 막힌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