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2011년 5월 서울 송파구에서 지하철 9호선 정거장 공사를 하다가 지하 2m 정도 아래에서 가로·세로 2m 크기의 공동구(共同溝·여러 배관을 모은 지하 터널)를 발견했다. 이 공동구는 30~40년 전 만들어졌다가 버려진 것이다. 누가 왜 만들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연히 삼성물산은 정거장 설계 때부터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제대로 된 정보 없이 무작정 땅을 파고 들어갔던 것이다.

지난 5일부터 싱크홀 1개와 동공(洞空) 6개가 잇따라 발견돼 논란이 된 송파구 석촌지하차도의 지하철 9호선 공사 구간은 연약한 지반과 단단한 지반이 겹치는 곳이다. 만약 삼성물산이 사전에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터널 굴착 속도를 조절하거나 그라우팅(틈새 메우는 작업)을 제대로 했다면 싱크홀·동공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지하 매설물이나 지반 정보를 정확히 담은 '서울시 지하 지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건설업체 "땅 파보는 게 겁나"

건설업계에선 서울시 등에서 받는 정보를 갖고 지하 공사에 들어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보에 따라 공사를 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장애물이 난데없이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공사 초반에 땅을 1~2m 정도 약간 파서 실제로 지하에 뭐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자료를 받아보면 볼 수 있는 정보도 적고,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땅 파보는 게 복불복'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하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다"며 "한 기관에서 상수도, 하수도, 전기, 통신, 지반 등 정보를 모아서 제공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현재 제공하고 있는 지반 정보 통합관리 시스템. 지도 위에 점으로 시추공(지질조사를 위해 뚫은 구멍) 위치가 표시돼 있고, 이를 누르면 해당 시추공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석촌지하차도 인근 시추공을 클릭했을 때 나타난 정보. 이 지점이 모래층과 풍화암층, 연암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지하수 깊이는 8.2m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보는 해당 지점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 일대 공간 특성은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3년부터 지반 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2만9800여건의 시추공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시추 장소의 지반 단면도와 지하 수위를 볼 수 있다. 2003년부터 이달까지 접속 건수는 44만건에 이른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편적 정보만 있지, 사고를 예방할 만한 자세한 정보는 나와 있지 않다. 과거 국정원이나 군이 사용했다가 버린 통신선 등도 지하에는 무수히 많은데, 서울시조차도 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하수도·전기·통신 등 지하 시설물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안보 등 문제 때문에 우리도 모르는 지하 시설이 많다"며 "가끔 이를 확인할 때마다 우리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지반 정보와 지하 시설물 통합 지도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지반 정보와 지하 시설물을 통합해 3차원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서울시가 제공하는 지반 정보는 일종의 '점' 정보인데, 이것을 '선'으로 연결해야 지하를 '공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기초 자료는 갖고 있는데, 이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지반의 3차원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자료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르다 보니 시설물을 설계했을 때와 시공했을 때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정보가 미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지하 정보는 100%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지하 지도를 제대로 구축한다면 어디서 싱크홀이나 동공이 발생할지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완벽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시의 현재 예산 사정상 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