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27일 2차 면담을 갖고 소통을 이어갔지만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약 3시간 동안 면담했지만 각자 주장이 평행선을 그으면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양 측은 내달 1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구체적인 진전보다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니 돌아가서 우리도 그렇고 유가족들도 그렇고 많은 생각을 할 것"이라며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만나서 보다 진전된 말씀을 나눠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다행스러운 것은 자꾸 얘기하면 할수록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월요일 좋은 얘기가 있길 기대한다"면서 "힘들다. 눈에 핏줄까지 터져가면서 힘들다"고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면담 도중 "유가족 대표들이 수사권, 기소권을 조사위원회에 부여해달라 하는 원칙적인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것은 여야 합의 과정에서 야당조차 포기한 안인데 계속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고 있어서 진척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어 "특검 추천권 이야기가 나오다가도 특검으로 가자는 거냐고 하니 여전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어서 특검 추천권을 얘기할 단계도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면담 직후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 역시 "진전된 바는 전혀 없다. 오늘도 기존의 입장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새누리당의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을 아꼈다.

◇ 세월호 유가족, SNS 유언비어 엄정대처 주문…與 "즉각 수용"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는 유언비어 등에 대한 엄중한 대처를 새누리당에 요청하는 등 실질적인 요구사항들을 전달했고, 이에 새누리당은 즉각 조치를 약속했다.

이날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의 귀환을 바라는 묵념을 하며 면담을 시작한 이들은, 지난 1차 면담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의 동석을 반대하며 화를 냈던 것과 달리 한층 유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은 "회의 시작 전에 집권여당에서 SNS에 떠돌아다니는 루머들, 김영오씨를 비롯한 세월호 가족들에게 상처되는 말을 국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제재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곧바로 조치하겠다. 윤영석 원내대변인이 지금 말씀하신 취지를 잘 살려서 가능하면 오늘 중으로 해달라"며 "유가족들 아픈 마음을 더 덧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만약 문제가 되면 제재하겠다는 내용으로 해달라"고 면담에 동석했던 윤영석 원내대변인에게 요청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즉시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유가족 대표들이 새누리당 의원이나 당직자가 유가족을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삼가줄 것을 요청했다"며 "세월호 유가족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은 현재 단식 농성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사찰 의혹을 언급하며 확인을 요구했다.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은 "그 때도 말씀 드렸는데, 국정원 분들이 병원에 와서 김영오씨에 대해 물어보고 갔다고 한다"며 "확인 좀 해달라. 그래야 저희도 대화할 때 편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김영오씨의 국정원 사찰 여부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경찰과 국정원에 연락해봤는데 어떤 정보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받았다"며 "이것이 통상적인 직무라 하더라도 오해를 받으니 일체 하지 말라고 했다. 앞으로 또 이런 시도가 있어 유가족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경찰이든 국정원이든 책임자를 찾아내 문책을 하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그런 것들이 있으면 즉각 얘기해달라. 가차없이 할테니…"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은 또 "김영오씨가 청와대에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게 있다. 조윤선 정무수석에게 편지를 전달해달라고 했는데 한 달이 되도록 말이 없다"며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음에 답을 드리겠다. 제가 그 날(25일) 하도 혼이 나서 잊어버렸다"고 말했고 이 원내대표도 "깜빡 했다. 즉각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이날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배·보상 문제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물론 선의에서, 국회의원의 의무로 우리에게 배·보상 문제를 충실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는데 가족들로부터 왜 세월호 특별법이 아닌 배·보상 이야기가 나오냐는 따끔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충분히 뜻은 알겠지만 진심으로 배·보상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온리 원(Only one)은 진상 규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낸 법안에 배상 문제가 들어있다. 또 진상조사 특위 구성의 잠정 합의안을 보면 소위원회 3개 중 하나가 지원 및 배·보상으로 돼있다. 현실적으로 논의가 안 될 수 없다"고 답했다.

주 정책위의장은 그러면서 "4·16 참사가 나고 나서 120일 가까이 돼가는데 이 문제 때문에 국회를 비롯해 나라 전체가 홀딩돼있다. 배·보상 문제도 언젠가는 논의돼야 한다"며 "아예 빼자는 취지인지 논의를 언제 하자는 것인지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의원은 전국민의 대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이야기도 들어야 하지만 국민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에 따라 오는 28일께 이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