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의 세월호특별법 합의가 두 차례 파기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현재 상황에서 무리하게 유족 설득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 정치·사회적 원로와 종교계, 재야단체 인사 등이 참여하는 중재 기구를 구성해 유족들과 특별법 논의를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국민 여론을 지켜보자"는 신중론부터 "장외로 나가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재 기구로 출구 찾기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핵심 의원은 "곧 세월호 상황을 풀 범사회적 중재 기구가 출범해 '질서 있는 전환'의 계기를 마련토록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 기구가 새로운 협상안(案)을 제시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진보는 물론 중도·보수 성향 원로와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이 기구는 정부 및 여야 정치권을 향해 대화와 결단을 압박하면서, 유족들도 설득하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가운데 줄 왼쪽에서 둘째) 의원이 22일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40일간 단식을 해온 세월호 유족 김영오(가운데 누운 사람)씨를 의료진과 함께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 기구를 통해 여야가 다시 마주 앉으면 협상 과정과 내용을 공론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당 관계자는 "지도부가 다시 재협상에 나설 수도 없고, 유족을 설득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사회와 짐을 나눠 가는 방식을 마련한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향후 세월호특별법 논의 방향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486 인사인 이인영 의원은 장외투쟁 가능성에 대해 "필요하다면 불가피하다"고 했고, 국회 일정과 관련해선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선의 정세균 의원은 트위터에 "김영오씨가 40일을 굶으며 진실 규명을 호소하고 청와대 문을 두드렸지만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의견이 혼재하는) 유족들 창구를 단일화한 뒤 정부·여당과 함께 3자 협의체를 만들어 재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당내에서) '유가족이 반대하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국민 여론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야권(野圈) 원로인 이부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대통령과 여당이 이제 반응을 보여야 한다"며 "야당도 복잡한 내부 상황을 정리해야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黨權 투쟁 다시 불붙나

그러나 야당은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겸직 문제로 다시 내부 혼란에 빠졌다. 문희상·원혜영 등 야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원내대표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책임을 묻자는 게 아니라 막중한 두 직책을 겸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직을 면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진들은 박 위원장이 이를 수락할 경우 후임에 박병석 전 국회 부의장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부의장은 친노(親盧)·구(舊)주류 인사들과 가깝다. 이 문제로 25일로 예정됐던 비상대책위 공식 출범도 연기됐다. 박 위원장 측은 "당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들이 그런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비대위원장직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