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대(對)러 제재 분위기로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유럽 은행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관련한 사업이 막히면서 수익이 줄어들 처지가 됐다.
21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라보방크와 오스트리아 라이파센방크가 각각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라보방크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한 10억8000만유로(약 1조462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라보방크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실적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다(limited)”라고 평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라보방크는 “무역 충돌(수준)이 더 심화하지 않고 (유럽과 러시아 간) 신뢰가 지금보다 손상되지 않을 것”을 전제조건으로 걸었다. 유럽과 러시아 간 긴장이 심화하면서 경제 제재가 강화될 경우엔 충격이 커질 것이란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보방크가 “(상황이 악화할 경우) 2014년과 2015년 전망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라이파이센방크는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9% 늘어난 3억7100만유로를 기록했지만, 러시아에서의 세전 수익은 23% 감소한 2억6600만유로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라이파이센방크는 지난해 기준으로 세전수익의 74%를 러시아에서 올렸을 정도로 러시아권 영업이 활발한 금융사다.
유럽 은행권은 일단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눈치를 보면서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러시아 주요 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대출과 송금 등 금융서비스를 중단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인 로즈네프트와 거래하려던 네덜란드 업체 비톨이 대금을 빌리려고 했지만, 은행들이 대출해주겠다고 나서지 않아 거래가 파토날 정도다.
러시아와의 긴장 상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유럽 은행들은 여파를 숫자로 따져보고 있다.
페데리코 기조니 이탈리아 금융그룹 유니크레딧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러시아와의 거래 제한에 따른 매출 손실이 올해 1000만~1500만유로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집계로는 유니크레딧 오스트리아 자회사가 러시아 기업들에 대출 등으로 제공한 자금은 180억유로 정도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너럴은 이달 초 러시아 문제가 단기 실적에는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전망이지만, 러시아 자회사인 로즈방크는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시에테제너럴은 전체 수익의 5% 정도를 러시아에서 거둔다.